"꿀꿀, 유럽연합(EU) 잔류 투표는 우리 돼지들이 예측한다. 꿀꿀"
오는 23일 열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전 세계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영국의 한 농장에서 이색 행사가 열렸다. 돼지 달리기 경주로 국민투표 결과를 예측해 보자는 내용의 행사였다.
영국 데번주의 페니웰 농장은 최근 농장에서 사육하는 미니 돼지 4마리가 참가하는 경주 대회를 열었다. 페니웰 농장은 2009년 몸 길이 10~20㎝, 몸무게 200~220g에 불과한 미니어처 돼지를 개량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었다.
농장 주인 크리스 머레이는 농장 울타리를 이용해 경주 코스를 만들었다. 코스 끝에 영국 국기와 유럽 연합기가 각각 그려진 구멍을 마련했다. 출발 대기선의 문을 열자 돼지들이 짧은 다리를 놀리며 앞으로 질주했다. 중간에 설치된 허들을 넘고 푸른 잔디밭을 가로질러 달렸다. 이웃 주민들이 이 광경을 웃으며 바라봤고, 각각 영국 국기와 유럽 연합기를 들고 돼지들을 응원했다.
이날 경주는 EU 잔류파의 승리였다. 돼지 3마리가 유럽 연합기가 그려진 곳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1마리만 EU 탈퇴파의 손을 들어줬다.
페니웰 농장의 미니어처 돼지들은 지난해 5월 열린 영국 총선 결과도 맞춘 바 있다. 머레이는 "브렉시트에 관한 논쟁은 너무나도 뜨거웠다. 우리는 이 이슈에 재미있는 요소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 경주가 조금이나마 긴장을 풀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머레이는 투표가 열릴 오는 23일까지 매일 경주를 열 계획이다.
영국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국론이 극심하게 분열돼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에는 야당 노동당 소속의 조 콕스(41) 하원의원이 주민에 의해 살해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찬반 양 진영의 유세는 모두 중단됐다. 해외 금융 시장에서는 피살 사건에 따른 동정 여론이 브렉시트 반대표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해외 주요 도박업체들은 일제히 영국의 EU잔류 확률을 상향조정했고, 금융시장에서 파운드화와 유로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아직 투표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조심스런 전망들도 나온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