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대학 우창이공학원은 지난 해 3월 각 강의실과 실험실, 심지어 기숙사까지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고화질 비디오 화면은 실시간으로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게 해줍니다. 600만 위안(약 11억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합니다. 물론 교수들의 수업 태도도 감시할 수 있습니다.
감시카메라 속에서는 교수들이 앉아서 수업을 하는 지 아니면 책 읽는 것을 반복만 하는 지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교수가 제 때 강의실에 들어오고 나가는지 학생들은 수업 중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지 아니면 잠을 자는 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교수건 학생이건 규율을 위반한다면 책임을 묻습니다. 100여명의 교직원들이 교대로 통제실 근무를 한다고 합니다.
최근 현지 언론에서 “감시카메라 설치 후 학교의 규율이 향상됐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 학교 상학원(商學院)의 소양(素養) 지도교수 쑨이는 “시스템 도입은 강의의 질을 담보할 수 있고 학생들의 수업 태도에도 압박을 줄 수 있다”면서 “학생들이 규율을 위반한다면 상담을 통해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위청칭 교수는 “교실 규율이 눈에 띄게 향상됐고 좀 더 긍정적인 면학 분위기가 조성됐다”면서 “교실에서 자는 학생이나 스마트폰을 만지는 학생은 더 이상 없다”고 좋아합니다.
일부 “수업 분위기에 도움이 된다”며 반기는 학생들도 있지만 많은 학생들은 당연히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불쾌감을 나타냅니다. 이 대학 1학년 여학생은 “캠퍼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카메라는 우리를 불편하고 불안하게 만든다”고 하소연합니다. 다른 학생은 특히 기숙사에 여학생들이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학교 측에 알리고 있다고 합니다.
네트즌의 반응은 더욱 차갑습니다. 한 네티즌은 “감시시스템 만들 돈이 있으면 연구비를 늘리든 학교 시설을 확충하든 하라”고 쏘아붙입니다. 다른 네티즌은 “왜 대학 운영진의 사무실에는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제대로 일을 하는지 감시하지 않느냐”고 반문합니다.
하지만 이 학교는 확고한 신념이 있는 듯합니다. 우창이공학원 고등교육연구소 뤄젠궈 소장은 주장합니다. “대학에서 감시시스템을 가동한 것은 우창이공학원이 처음이 아니다. 국내 적지 않은 대학에서 장비를 설치했는데 효과가 눈에 띈다. 학교는 수업과 관리, 안전 방면에 현대화 설비인 감시시스템을 채용했다. 우리 학교가 교육과 수업 능력 향상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중국이니까 가능한 얘기인 것 같습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