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 다가오면 운전자들은 차량 침수를 걱정한다. 강변의 주차장에 세워두는 차들 뿐만 아니라, 시내를 주행하다가도 갑작스런 폭우에 고립되거나 빗물에 녹이 슬기도 한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침수된 차량은 6만대를 넘는다.
장마철 자동차 침수 대처 요령과 보험사들의 서비스를 소개한다.
빗길, 달려도 괜찮을까?
도로를 달리는 중에 빗물이 불어나면 난감하다. 어느 정도면 차가 지나가도 괜찮을까? 차량에 피해가 없도록 하려면 차의 배기파이프가 물에 잠기지 않아야 한다. 앞차의 타이어가 어디까지 잠기는지를 보면 대략 가늠할 수 있다. 보험개발원은 승용차의 경우 타이어의 3분의1, 트럭은 타이어의 2분의1 정도까지는 운행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 때 물이 배기파이프로 들어가지 않도록 저속기어를 놓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서 지나간다. 너무 빨리 달리면 후드(본데트) 앞에 빗물이 몰리면서 엔진에 물이 들어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침수 지역을 빠져 나온 후에는 차를 말려야 한다. 저속주행을 하면서 브레이크를 반복해서 밟아줘야 한다. 제동장치는 방수가 되지 않기 때문에 물이 들어가면 마찰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엔진이 꺼지면?
침수지역을 통과하다 시동이 꺼지면, 재시동을 해선 안된다. 엔진의 흡기 내로 물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차량의 전기장치를 꺼야한다. 자동차의 후드를 열고 배터리의 마이너스 단자를 분리하면 전원이 차단된다. 자동차보험 회사에 신고해 견인과 정비를 요청해야 한다.
삼성화재는 이번 주말부터 차량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한 하계 비상 체제를 본격 가동한다. 수도권 128곳과 지방권 122곳 등 총 250곳의 상습 침수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순찰을 한다. 차가 빗물에 잠기기 전에 먼저 안전지대로 견인하는 침수 예방 비상 근무다. 삼성화재 애니카손사 이석기 팀장은 “올 여름도 차량 침수사고 최소화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손해보험도 제휴 마스터자동차 가맹점 500여 곳에서 차량 무상점검 서비스를 실시한다. 엔진룸, 등 등 차량안전과 관련된 20가지 항목을 점검 받고 각종 오일 보충 서비스, 정비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침수된 차는 어떻게?
가능한 빨리 정비를 해야 차량이 녹슬거나 곰팡이가 끼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배터리를 뺀 뒤 수돗물로 청소하고 말린다. 엔진오일을 체크하고 에어클리너에 물이 들어갔는지 점검한다. 차 바닥만 잠긴 경우는 이 정도만 확인해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차체가 물에 잠긴 경우에는 가까운 정비업체로 차를 견인해 점검을 받아야 한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650볼트 이상의 고전압을 쓰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운전자가 임의로 전원을 차단하려 하면 위험하다. 침수됐다면 키를 뽑고 견인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야 한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배터리는 뒷자석 아랫부분에 있다. 번호판 위치까지 물에 차면 침수됐다고 볼 수 있다. 배터리 교환에는 150~18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침수 예방이 최선이다.
침수된 차, 보험처리 방법은?
자동차보험의 자기차량손해 담보에 가입돼 있으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주행중의 피해는 물론이고 주차장에서 침수를 당하거나 제방이 무너지고 강물이 불어나 차가 떠내려간 경우도 보상 받는다.
예외는 있다. 경찰이 통제하는 구역 등 침수로 통행이 금지된 구역에 무리하게 차를 몰고 들어간 경우에는 침수 피해를 보상 받지 못할 수 있다. 또 창이나 선루프를 열어놓았다가 빗물이 들어가 침수되면 보상이 되지 않는다. 차 안이나 트렁크에 있는 물건의 피해도 보상 받을 수 없다.
차량마다 최대로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다르다. 보험개발원의 차량기준가액이 한도다. 만약 기준가액보다 수리비가 더 많이 든다면, 폐차하고 중고차를 새로 사는 것이 더 유리하다. 수해로 차를 교체하는 경우 취득세와 등록세를 감면 받을 수 있는 제도도 있다. 자격 조건에 제한이 있으니 자세한 사항은 보험사나 손해보험협회에 문의해야 한다.
중고차를 구매할 때 혹시 침수된 차량은 아닌지 걱정된다면, 보험개발원의 자동차 사고이력 조회 서비스(carhistory.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침수피해를 보험처리를 하지 않았다면 이력이 남지 않을 수 있다. 차가 녹슬지 않았는지, 특히 전기부품이 깨끗한지, 램프에 습기가 차 있지 않은지, 실내 바닥 틈새에 진흙이 붙어있거나 빗물냄새가 나지 않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