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의원 공천 문제로 내전을 치른 새누리당이 이번엔 유 의원의 복당을 놓고 다시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졌다. 친박(친박근혜)계는 17일 무소속 일괄 복당 결정의 책임을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묻겠다고 별렀고, 비박(비박근혜) 의원들은 ‘제2의 유승민 사태’를 만드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임시 당 대표인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당무를 거부한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계파 청산을 선언한 지 일주일만에 벌어진 일이다.
조원진 김태흠 이장우 의원 등 친박계 의원 10여명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모였다. 유 의원 복당 이후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복당 문제는 전당대회 이후 새 지도부가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할 사안이었다”며 “몇몇 비대위원이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권성동 사무총장과 김영우 이학재 의원 등을 겨냥한 말이다. 친박계는 세 사람이 처음부터 작정하고 표결 처리를 밀어붙였고 여기에 정 원내대표까지 가세해 김 위원장을 압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친박계가 이처럼 절차상 하자를 집요하게 문제 삼는 건 비대위 결정 자체를 번복할 수는 없어서다. 권 사무총장은 “당무에 관한 사항은 의총 의결로 뒤집을 수 없다”며 “이미 복당은 완료됐고 이들의 당적을 박탈하려면 제명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김영우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대위원이 각자 민심과 양심에 따라 무기명 투표를 한 행위가 어떻게 쿠데타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친박계의 원내대표 사퇴 요구에 대해선 “제2의 유승민 사태를 또 만드는 불행한 일”이라며 “사퇴를 요구하는 이유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비대위 인선 논란 이후 또 다시 거취 압박을 받게 된 정 원내대표는 “복당은 화합하고 통합하자는 취지로 표결을 거쳐 결정됐다”며 “본질이 아닌 문제로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내가 분위기를 거칠게 몰고 가 비대위원들이 어쩔 수 없이 표결했다는 건 그들을 모욕하는 소리”라고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전날 회의에서 김 위원장에게 “표결을 거부하는 건 범죄행위”라고 한 데 대해선 거듭 사과의 뜻을 표했다.
새누리당에선 계파를 불문하고 “도대체 언제까지 유 의원 한 사람 때문에 당이 시끄러워야 되냐”는 피로감이 큰 상태다. 비대위에 복당 결정 권한을 준 것도 결국은 친박이라는 의견도 많다. 여기에 당내 최다선인 서청원 의원이 “비대위의 복당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결국 친박의 공세도 한풀 꺾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이슈분석]유승민 복당 책임을 정진석에게 묻는 친박, 뾰족한 수 없이 화풀이만
입력 2016-06-17 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