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에서 과자를 훔쳐먹은 소녀가 남긴 반성 메모가 네티즌을 울리고 있다. '어려운 처지에 그랬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내용인데, 네티즌들은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그랬겠냐"며 소녀를 돕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을 눈물 흘리게 한 소녀가 포스트잇에 적은 메모는 지난 15일 에 올라왔다.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독서실을 이용하는 한 회원이 사물함에 넣어둔 과자가 없어지자 그러지 말라는 메모를 남겼더니 아래와 같은 답장 메모가 붙었다고 한다.
'죄송합니다.
제가 거지라서 훔쳐먹었어요.
죄송해요. 제가 어찌어찌해서
독서실 비밀번호를 알아가지고
독서실 사물함 한번 열어봤는데
맛있는게 있어서 저도 모르게
손이 갔어요. 정말 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제가
부모님이 많이 바쁘셔서 동생들을
대신 돌아봐야 하거든요. 그래서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오겠습니다.'
자신을 거지라고 지칭한 소녀의 메모를 본 네티즌은 한결같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녀를 돕고 싶다"는 댓글도 줄을 이었다.
다음은 부천시근로자종합복지관이 메모와 함께 공개한 사연.
'생리대 살 돈 없어 신발 깔창, 휴지로 버텨내는 소녀들의 눈물.
생활고에 못이겨 집세와 공과금만 남기고 동반자살했던 세모녀.
인공지능과 인간이 대결을 하는 첨단의 시대에도 처절한 빈곤과 배고픔은 여전합니다.
요 며칠 복지관에 소소한(?) 도난사고가 있었습니다.
독서실을 이용하는 한 회원이
자신의 독서실 캐비닛에 넣어둔 간식거리가 조금씩 없어지는 것을 발견하고는,
누구신지 모르지만 그러지 말아달라고 메모를 남겼더랍니다.
그랬더니 오늘 아침 그 자리에 저런 답장이 남겨져 있었답니다.
CCTV를 확인해보니 중학생 또래의 한 여학생이었습니다.
모른척하고 그냥 갈 수도 있었지만 저런 메모를 남기고 간 여학생의 순수하고 어린 마음이 살짝 마음에 밟혔습니다.
구김없이 자라야 할 우리 청소년들을 위해 우리 복지관은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생각이 많아지는 밤입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