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닭 1500여마리 도로에 함부로 버린 초보 양계업자 영장 청구

입력 2016-06-17 14:50
전염병에 걸려 죽은 닭 수천마리를 도로변에 버린 불량 양계업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가축전염병인 가금티푸스(2종 전염병)에 걸려 폐사한 닭들로부터 전염병 확산이 우려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17일 전염병을 앓다가 죽은 닭들을 무단 투기한 혐의(가축전염예방법 위반)로 김모(4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3일 오후 9시쯤 익산시 성당면 도로에 폐사한 닭 300여 마리를 버리는 등 지난 8일부터 최근까지 8회에 걸쳐 1500여 마리의 닭 사체를 무단 투기한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지난 4월부터 익산과 김제 2곳에서 양계장을 운영해온 김씨는 까닭을 모르고 폐사한 닭의 처리를 고민하다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초보 양계업자인 김씨가 죽은 닭의 처리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사체를 도로에 마구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죽은 닭을 규정대로 처리하려면 1마리당 적잖은 비용이 든다.

경찰은 “김씨가 처음에는 감기에 걸렸다고 여겨 해열제를 먹이다가 닭들이 떼로 죽어나가자 익산과 김제 양계장을 오가는 길에 죽은 닭을 몰래 내다 버렸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처음에 20~30마리를 버리다가 나중에는 100~300마리를 무단 투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익산시는 지난 14일 오전 성당면 711호선 지방도 과적차량 단속 검문소 인근에서 죽은 채 버려진 닭 300여 마리를 발견하고 폐기물전문처리업체를 투입해 소독작업과 함께 닭 사체를 처리한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인근 도로의 CCTV 영상 등을 정밀 분석해 김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이후 김씨가 지난 15일까지 도로에 내다 버린 닭이 최소 1500여 마리에 달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김씨가 경찰에 검거되기 직전 익산시에 역학조사를 의뢰한 결과 닭이 집단 폐사한 것은 제2종 가축전염병 가금티푸스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가금티푸스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양계장에 한번 퍼지면 집단 폐사나 산란율을 떨어뜨리는 등의 막대한 피해를 끼친다.

전염병에 걸려 죽은 닭들이 연쇄적으로 도로에 방치된 사실이 알려지자 방역당국은 안절부절하고 있다. 김씨의 양계장에서 죽은 뒤 도로에 버려진 닭을 매개로 세균성 전염병이 근처로 퍼질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알을 낳은 종계가 병에 감염되면 후대 병아리까지 병을 앓을 수 있어 방역당국과 양계농가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익산시는 이에 따라 폐사한 닭들이 버려진 도로 일대의 소독작업을 연거푸 실시하고 인근 양계장의 전염병 확산여부를 자세히 조사하고 있다. 시는 현재까지 전염병이 확산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만일에 대비해 지속적 방역대책을 세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닭이 집단 폐사하면 역학조사를 의뢰하고 땅속에 묻거나 가축전문처리업체에 맡겨 처리해야한다”며 “초보 양계업자인 김씨가 폐사처리 비용을 아끼기 위해 도로에 함부로 갖다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