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누구 없어요. 저 좀 살려주세요.”
14일 자정쯤 사무실 책상에 놓고 간 노트북을 찾기 위해 오피스텔 11층으로 돌아온 직장인 김모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바로 옆 오피스텔에서 10대 소녀의 애절한 비명소리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김씨가 발길을 돌려 자세히 살펴보니 반쯤 열린 인근 오피스텔 문틈에 반라의 A양(17)이 엎드린 채 쓰러져 울부짖고 있었다.
겨우 속옷만 남겨둔 채 발가벗은 A양의 손과 발은 유리테이프로 감겨 있었다. 빼꼼히 고개만 간신히 내민 A양의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을 직감한 김씨는 테이프를 떼어내고 자신의 옷으로 A양을 우선 감쌌다. 온몸에 멍이 들고 탈진한 A양이 김씨의 도움을 받아 지옥과 같은 감금에서 풀려나 광주동부경찰서를 찾은 것은 15일 0시30분쯤.
잠시 숨을 돌린 A양은 “며칠동안 감금돼 폭행을 당하고 성노리개 노릇까지 했다”며 경찰관 앞에서 눈물을 떨궜다. 또래로 보이는 남성 등 2명이 자신을 며칠간 가두고 빗자루 등으로 때린 뒤 강제로 성매매에 나서게 했다는 것이다. A양이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홍모(20)씨와 임모(18)군을 만난 것은 지난 2일이다. 가출한 뒤 한달이 넘은 여고생 A양은 돈이 쌈짓돈이 바닥 났고 오갈 곳도 마땅치 않았다. 사정이 딱해진 A양에게 채팅앱을 통해 “숙식을 제공하겠다”는 홍씨와 임군의 제안은 솔깃했다.
처음 며칠간은 동네 선후배 사이인 홍씨, 임군과 함께 밥을 해먹기도 하는 등 아무 문제없이 지냈다. 하지만 홍씨와 임군은 얼마 되지 않아 ‘야수’로 돌변했다. 모르는 남성들을 상대로 10여 차례 성매매를 강요하고 직접 성폭행까지 한 것이다.
“살 좀 빼라”며 오피스텔에서 강제로 운동을 시킨 것도 참기 힘든 인격적 모욕으로 느껴졌다. A양은 견디다 못해 지난 10일 오후 한차례 탈출을 시도하다 홍씨 등에게 붙잡혀 빗자루로 허벅지 등을 두들겨 맞았다. 이후 꼬박 5일간 오피스텔에 감금됐던 A양은 홍씨 등이 외출한 틈을 타 가까스로 탈출을 감행해 감금의 사슬을 벗어났다.
경찰이 16일 특수상해와 준감금 등의 혐의로 구속한 홍씨 등은 감금과 폭행혐의는 인정하고 있으나 성매매 강요와 성폭행은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이에 따라 홍씨 등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CCTV 분석 등을 통해 성매매 강요여부 등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감금에서 풀려난 A양은 현재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10대 가출 여고생 5일간 오피스텔에 감금돼 성노예 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탈출.
입력 2016-06-16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