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나라에 살게 되면 꼭 불우이웃을 도와라."
독립유공자 아버지(고 이찰수)의 유언에 따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5000만원을 기부한 이도필(82·경남 창원 거주)할머니가 화제다.
이 할머니는 30대 중반부터 홀로 지냈다. 식당일 막노동 등 안해본 일이 없다는 할머니는 15년간 빌딩청소 후유증으로 팔다리가 쑤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현재는 33㎡(10평) 남짓한 원룸에 거주하며 매달 국가보훈처로부터 받는 생활비 120만원이 전부다.
어린시절 할머니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50원 하던 한글 책을 사지 못해 한글을 배우지 못했다.
“어린 시절엔 먹을 것이 없었어요.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물을 마시고, 쌀을 불려가며 겨우 먹고 살았죠. 살기 위해 정말 악착같이 살았어요.”
못 배운 아쉬움에 아버지의 유언에 더해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잇기 힘든 아이들에게 장학금 1억원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아껴가며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할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17일 할머니는 드디어 소원을 이루게 됐다. 만기된 적금 5000만원을 경남동부보훈지청을 통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해 한 아동당 250만원씩 총 20명의 아이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게 된 것.
이 할머니는 “열심히 공부해 나라에 필요한 사람이 되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다”면서 “죽기 전까지 5000만원을 더 모아 지원하는 게 다음 목표”라고 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 김희석 본부장은 “일평생 모은 소중한 자산을 장학금으로 전달하는 이도필 할머니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면서 “할머니의 선행이 나눔문화 확산의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장학금 전달식은 17일 오후 2시 경남지방합동청사 2층에서 이 할머니와 김 본부장, 경남동부보훈지청 노원근 지청장, 장학금 수혜아동 20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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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16 06:41 수정 2016-06-16 1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