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판매시장 개방하면 전기요금은 오를까? 내릴까?

입력 2016-06-15 18:11 수정 2016-06-15 18:19
정부가 14일 발표한 에너지 공기업 기능조정 방안을 두고 전기요금이 올라 서민 부담이 늘어난다는 지적과 경쟁 도입으로 더 내려간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통신사업자 등이 전력 판매에 참여하면 가격 인하와 서비스 개선이 기대된다는 주장과, 판매 시장을 일부 사업자들이 차지할 경우 장기적으로 요금 인상이 우려된다는 반박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력판매 시장 개방으로 더 낮은 가격과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며 "시장 개방은 민간기업의 진출 여건, 시장상황 등에 따라 단계적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 충분한 준비를 거쳐 전기, 가스의 수급, 가격불안정 문제가 없도록 보완대책을 마련하여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SK텔레콤 등 통신사업자들이 인터넷과 전기 서비스를 묶어 판매하게 되면 소비자 선택권도 늘어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 4월 전력 판매 시장을 완전 개방한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 등의 기업이 전기와 휴대전화, 인터넷을 결합한 할인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전력 시장이 공급 과잉 상황이라 판매자가 전기 요금을 인상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이를 뒷받침한다. 원자력 발전소 등의 확대로 인한 전력 공급 증가, 전세계적 저유가 등으로 한전은 지난해 영업이익으로만 사상 최대인 11조3000억원을 벌어들였다. 원자재 가격 인하로 전력 생산 단가는 뚝 떨어진 상황이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센터장은 “전력을 사오는 가격이 35~40% 정도 떨어져 있어서 판매가를 올리지 않아도 사업자들이 이득을 볼 수 있다”며 “판매 분야와 연결된 신재생 에너지 사업 등의 투자가 확장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또 "스마트 그리드 등 전세계 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사업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전력 판매를 민간에 개방하는 건 당연한 흐름"이라며 "단순히 전기 요금이 내리냐 오르냐만 두고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대편에선 민간 개방 과정에서 특정 업체가 시장을 독과점하게 되면 요금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은 1999년 전력시장 자유화 초기에는 요금이 내려갔지만, 민간업체들이 과점 시장을 형성하면서 요금이 2배 이상 올랐다. 전력 시장을 자유화한 일본도 도쿄전력 전기 요금이 오르는 추세다. 시장경쟁과 더불어 소비자 편익 극대화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장기적으로 판매시장 개방을 통해 신재생 에너지 산업이 확대되면 전기요금 인상은 뒤따라올 수 밖에 없다는 전망도 있다. 현재 요금 수준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에 필요한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의 단가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2년 기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의 가정용 전기요금 평균 가격은 MWh당 169.9달러인데 한국은 93.1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본의 3분의 1, 독일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온실 가스 감축 등에 필요한 친환경 에너지 사업 발전을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 요금 인상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전세계 신재생 에너지 발전용량은 2000년 65GW 수준에서 2012년 464GW로 꾸준히 늘고 있다.


키움증권 김상구 연구원은 "현재 전기요금 수준으로 한국에서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하고 판매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장기적으로는 환경 관련 비용을 소비자가 물게 되면서 요금이 전반적으로 올라가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사업 초기에는 민간 기업들은 판매 시장에서 일부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뛰어들 것”이라며 "전체 전력 생산, 유통 시장 중 판매 시장에서 남길 수 있는 마진은 1.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14일 한국전력이 독점하는 전력 소매판매 부문을 민간에 개방하고, 2025년부터 도매시장을 민간에 개방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계획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안에 발표한다. 한국가스공사가 94%를 독점하는 가스판매 시장도 민간에 개방할 계획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