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전 부총리, "대우조선 여신 등급, 이제서야 요주의로 낮춰 분류하는 건 말도 안되는 일"

입력 2016-06-15 17:51 수정 2016-06-15 19:15

권오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은행들이 대우조선해양 여신을 이제서야 ‘요주의’로 분류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지금쯤이면 ‘회수의문’으로 가야할 일을 미뤄왔고, 감독당국도 이를 지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때 경제사령탑을 맡았던 권 전 부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경제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바람직한 기업구조조정 지원체계 모색’ 토론회에서 사회자로 나섰다. 토론이 마무리될 때쯤 현 구조조정 상황에 대해 말문을 연 그는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으로 이행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여신을 (제대로) 분류하는 것인데 대우조선 여신을 이제서야 ‘정상’에서 ‘요주의’로 바꿨다”며 “이미 조선산업에 불황이 나타났을 때 정상에서 요주의, 고정을 거쳐 지금쯤이면 회수의문으로 갔어야 하고 그래야 은행들의 몸이 가벼워진다”고 비판했다. 조선업 불황이 감지됐을 때에 맞춰 충당금을 쌓고 부실을 털어냈어야 하는데 이를 미루면서 은행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의 여신건전성 분류는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눠지는데, 정상으로 분류될 경우 은행들이 충당금(돈을 떼일 것에 대비해 준비하는 돈)이 여신의 1% 미만이다. 회수의문으로 분류할 경우 50~99%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대우조선은 3년 연속 적자에다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부실기업이었지만 채권은행들이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하다 최근에야 시중은행들이 여신등급을 ‘요주의’로 낮춰 비판이 제기됐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