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한다면서 명예훼손 운운” 단톡방 성폭력 고대생 사과문 논란

입력 2016-06-16 00:01
페이스북 캡처

1년간 수많은 동기, 선배, 새내기 등 여성에게 언어성폭력을 저지른 고려대 남학생들이 대자보를 통해 15일 공개 사과했습니다.
지난 14일 고려대 정대후문 게시판에 ‘동기, 선배, 새내기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카카오톡방 언어성폭력 사건을 고발합니다“라는 대자보가 올라오면서 ’단톡방 성폭력‘ 사건이 공론화 됐습니다.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비난이 쏟아지자 가해자들은 바로 다음날 사과 대자보를 붙인겁니다. 이들은 대자보에서 “언어성폭력에 관련된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형사처벌을 포함한 징계 역시 달게 받겠다”고 밝혔는데요.

다음은 사과문 주요 내용입니다.

저희는 언어성폭력에 관련된 혐의를 모두 인정합니다. 또한 형사처벌을 포함한 징계 역시 달게 받겠습니다.

피해자 대책위에서 작성한 대자보에 있는 내용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그와 같은 발언들은 오랜 기간 동안 저희 단톡방에서 지속적으로 행해져왔습니다.

저희는 그러한 언행을 행하며 그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를 희화화시켰습니다. ‘이거 외부에 유출되면 큰일난다. 나갔다 오자’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설마 이게 걸리겠어’라는 생각으로 단톡방에서의 성적 대상화와 음담 패설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가해자들이 단톡방에서 나눈 대화 내용


징계가 현실이 되었을 때, 저희가 했던 발언을 두 눈으로 다시 읽었을 때, 그제서야 저희는 후회했고 반성하였습니다.

인터넷 상에 이 사건이 공론화되며 저희의 실명이 포함된 정보가 유출되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어떤 네티즌은 이것이 명예훼손에 해당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가해자들이 사과 대자보를 붙였지만 비난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이 자신들을 개인정보를 유출한 네티즌들에게 명예훼손에 해당 된다고 경고했기 때문인데요. 네티즌들은 “반성이 아니라 협박”이라고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건이 커지자 학교 측도 나섰는데요. 특별조사팀을 꾸려 진상 조사할 방침입니다.


사건 피해자 대책위는 대자보에 “지난 10일 남학생 9명으로 구성된 카톡 단체 대화방에서 8명이 지난 1년여 동안 언어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의 카톡 내용은 A4용지 약 700쪽에 달하는데요. 성폭행 조장부터 지하철 몰카까지 다양합니다.

충격적인 것은 가해자 중에는 양성평등센터 서포터스도 있고 새내기 새로배움터 조 성평등지킴이, 총학생회 집행부원, 학번대표 등도 포함돼 있다는 겁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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