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스럽게 버티더니”… 차기 총리감 도쿄도지사 결국 사퇴

입력 2016-06-15 16:44
일본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도 지사가 지난 6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일본의 ‘차기 총리감’으로 꼽히던 도쿄도(東京都) 마스조에 요이치(67) 지사가 15일 호화 해외출장과 공금유용 의혹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는 평소 “정치인은 돈에 엄격해야 한다”고 강조했기에 더욱 불명예스러운 퇴진이 됐다. 특히 일본 보수 진영의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여서 한국으로서도 아쉽게 됐다.

 교도통신과 NHK방송에 따르면 마스조에는 오전에 도의회 의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형식은 ‘자진 사퇴’지만 쫓겨난 것이나 다름없다. 자민·공명 연립여당을 포함한 모두 7개 당이 공동으로 불신임안을 의회에 제출해 오후 본회의 통과가 확실해지자 미리 사퇴했기 때문이다. 그는 오는 8월 브라질 리우올림픽 때 2020년 도쿄올림픽을 치르는 지방자치단체장 자격으로 참석해야 한다며 사퇴를 미뤘다. 하지만 결국 4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2년 4개월만에 중도퇴진했다.

 마스조에는 해외출장 때 266만엔(3000만원)짜리 1등석을 타고, 하루 20만엔(221만원)짜리 스위트룸에서 자는 등 호화판 출장을 다닌 게 드러났다. 그는 8차례 해외출장에 22억원을 썼다. 정치자금을 가족의 호텔 비용이나 미술품 구입에 쓰기도 했다.
 
교수 출신인 마스조에는 자민당 소속 참의원 의원과 후생노동상을 거쳤다. 의원 시절에는 아베 신조 총리에 대한 비판으로 주목을 받았다. 2010년 정치개혁을 내걸고 탈당했으나 2014년 2월 도지사 선거 때 자민·공명당이 전폭적으로 지원해 당선됐다.

 당초 연립여당은 그를 사퇴시키는데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자칫 사퇴공방이 장기화되면 7월 10일 참의원 선거에 악재가 된다는 판단에 결국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 연립여당은 불신임안 제출에 막판 동참함으로써 겨우 체면을 차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마스조에가 부패 혐의로 물러난 것이어서 선거에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보궐선거는 7월말이나 8월초 열릴 예정으로 올여름 선거전이 달궈지면서 아베 및 집권 자민당 심판론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마스조에가 진두지휘한 올림픽 준비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아울러 극우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쿄에 제2 한국학교 터를 제공키로 한 결정도 바뀔 수 있다. 마스조에는 2014년 7월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아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양국을 잇는 가교 역할에도 적극적이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