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어지는 최경환 대세론...출마 불지피는 친박계, 비박은 지도체제 개편에 떨떠름

입력 2016-06-15 16:06

지도체제를 개편해 당 대표에게 권한을 몰아주기로 한 새누리당에서 ‘최경환 대세론’이 굳어지는 분위기다. 당 대표를 최고위원과 분리해 1인 1표로 선출하는 룰이 의원총회를 거쳐 확정되면 누가 나오든 최 의원을 꺾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당 대표 선출 방식을 바꾼 건 친박(친박근혜)계 입장에선 일거양득이다. 우선 당 조직력에서 앞서 있는 최 의원의 당선이 유력해졌다. 1인 2표제로 다수 득표자가 대표최고위원이 되는 기존 방식대로였다면 표가 분산돼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런 변수가 사라졌다. 여기에 차기 당 대표는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됐다.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를 임명하고 당무를 결정할 때 최고위원회 의결 없이 협의만 하면 된다. 한 의원은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 의원을 대표로 세워 대선 전에 일단 집안 단속부터 확실히 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물론 최 의원은 아직 당권 도전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은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최 의원 스스로도 당권 도전이 독이 될 거란 걸 잘 알고 있지만 청와대와 당내 요청을 뿌리치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친박계는 은근히 불을 지폈다. 이장우 의원은 “당내 많은 의원들이 대선 후보 관리나 정권 후반기 당청 관계를 고려해서라도 최 의원이 출마해야 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유철 이주영 정우택 홍문종 이정현 의원 등 출마를 공식화했거나 의사를 내비친 이들도 최 의원이 결심을 굳히면 결국 교통정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총선 참패에 대한 친박 책임론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고, 당 대표 선거에 일반 국민 여론조사도 30%가 반영되기 때문에 예단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비박계 중진 의원은 “최 의원을 당 대표로 세우는 순간 내년 대선에서 새누리당은 매우 어려워진다”며 “당 대표를 뽑아놓고 연말쯤 다시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우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김무성 전 대표의 무기력함을 지켜보면서 집단지도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던 비박(비박근혜)계는 개편이 현실화되자 정작 떨떠름한 표정이다. 한 의원은 “룰은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중요하지 문제가 있다고 무조건 바꾸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했다.

당권 대권 분리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온다.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우리 당의 대선주자로 거명되는 사람들이 야당에 비해 현저히 밀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누구든지 당권을 통해 몸집을 불릴 수 있도록 길은 터놓아야 한다”고 했다. 비대위는 일단 이 조항을 그대로 뒀지만 개정 가능성은 열려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