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러시아가 최근 한국을 ‘러시아 외교정책에서 핵심 파트너’로 크게 평가하고 있다”며 양국 관계와 북한 관련 이슈에 대해 러시아의 달라진 태도를 강조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윤 장관은 14일(현지시간) ‘제2차 한·러 대화 정치경제 콘퍼런스’ 참석차 방문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취임 후 처음 가진 한·러 정상회담의 소회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윤 장관은 “러시아는 과거 북한을 거명하는 것 자체를 꺼렸으나 이번에는 달랐다”며 “북한에 대해 ‘규탄’이라는 표현은 아예 쓰지도 않고, 양자 차원에서 (북한 관련) 합의문을 내는 것도 반대해왔지만 이번에는 북한에 대해 수위 높게 언급하면서 우리가 하자는 것(북핵 비판)에 이의를 달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에서 주한미군의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으며 러시아가 오히려 한·러 양국 관계, 북핵 문제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열린 콘퍼런스 개회식 축사에서 윤 장관은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집착하면서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대착오적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국제사회에는 커다란 변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 미얀마의 첫 문민정부 출범 등을 거론, 북한을 둘러싼 국제환경의 변화를 강조했다.
최근 윤 장관이 쿠바를 방문해 첫 공식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것과 관련해 이날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쿠바와의 만남이) 처음이 아닌데 그간 공개를 못 했다”며 비공식 만남이 선행됐음을 시사했다. 또 북한과 관계를 의식해 언론 공개를 꺼렸던 쿠바 측이 이에 동의한 것은 “과거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자 쿠바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윤병세 “北 거명조차 싫어하던 러시아, 태도 달라져”
입력 2016-06-15 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