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 달구는 개헌 논의

입력 2016-06-15 15:39

20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꿈틀대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취임 일성으로 개헌 필요성을 주장했고 여야 유력 주자들도 이에 공감하며 대선 이슈로까지 부각하는 양상이다.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4년 중임제 등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여야 입장과 추진 시기 등도 구체화되고 있다.

개헌 논의는 야권에서 보다 적극적이다. 대표적 개헌론자인 우윤근 신임 국회 사무총장은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년 4월 예정된 보궐 선거 때 국민투표를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며 “여야가 개헌특위를 구성해서 조용히 논의하다가 연말 정도 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논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개헌 내용에 대해서도 “총리를 국회에서 뽑아서 여야가 싸우지 않고 연정도 가능한, 상생할 수 있는 분권형 내각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 사무총장은 “개인적으로 대선 후보들을 접촉하고 있는데 상당수가 (개헌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 유력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미 지난 대선 때부터 4년 중임제와 부통령제 도입 등의 입장을 밝혀왔다. 잠룡으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4년 중임제 입장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개헌 필요성에 동의하지만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생각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는 지난 3월 관훈토론회에서 중대선거구제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언급했었다. 국민의당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권력은 분산이 돼야 한다. 4년 중임제도 좋고 분권형 대통령제도 좋고 내각제도 좋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도 개헌 논의가 수면 위로 부각하고 있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1987년 헌법체제는 운명을 다했기 때문에 권력구조 개편을 해야 한다는 게 제 소신”이라며 “차기 대선후보들이 공약을 걸고 차기 대통령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헌은 블랙홀’이라는 논리에 매몰돼 마냥 논의를 늦출 수 없다”며 “정치체제 개편을 내년 보궐선거나 대통령선거까지 (마무리) 하고 기본권부분은 다음 지방선거로 나누는 방법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개헌 언급 자체가 금기시 돼 왔던 기존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여권 유력 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는 2014년 10월 중국 방문 당시 대통령 권력을 분점 하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대표는 다만 내각제의 경우 총리가 자주 바뀌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개헌 세미나에도 참석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그동안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4년 중임제’ 도입을 지지해 왔다. 친박(친박근혜)계 내부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을 감안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론이 언급된다.

청와대는 개헌 논의 자체가 부정적이다. 청와대는 “우리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며 공식 입장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경제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개헌 논의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