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먹는 하마’로 불려온 광주 제2순환도로 1구간의 통행료 재정지원 방식에 관한 협상이 타결됐다. 민간사업자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는 전국 다수의 지자체와 그동안 갈등을 빚어온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를 폐지하는 데 최초로 합의했다.
광주시는 제2순환도로 1구간(두암IC~지원IC) 5.67㎞의 민간사업자 맥쿼리와 새로운 재정지원 방식에 합의했다고 15일 밝혔다. 1997년부터 10년에 걸쳐 완공된 제2순환도로는 전체 37.66㎞ 중 1구간과 3-1구간(효덕IC~풍암IC) 3.53㎞, 4구간(서창IC~신창IC) 4.58㎞ 등 3개 구간 13.78㎞(37%)를 맥쿼리 민자유치로 건설했다. 시는 이후 MRG 방식에 따라 하루 추정 통행량의 85%까지 통행료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재정지원을 해왔다.
하지만 1구간의 경우 지난해 일평균 10만3000대가 통행할 것으로 추산했지만 실제는 4만6000대에 불과했다. 시는 MRG 방식에 따라 추정 통행량 10만3000대의 85%인 8만7550대가 통행한 것으로 전제하고 하루 평균 6000만원씩, 총 218억원의 재정지원금을 민간사업자인 맥쿼리에 울며겨자먹기로 지급했다.
광주시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맥쿼리에 지불한 재정지원금은 2041억원에 달했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은 광주시가 이처럼 해마다 수백억 원의 혈세를 맥쿼리 측에 과도하게 지급하자 2000년대부터 재정지원 방식에 대한 재협상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우여곡절 끝에 시가 맥쿼리 측과 재협상을 벌인 결과 MRG 방식이 아닌 ‘투자비 보전방식’으로 전환을 이끌어낸 것이다.
시는 MRG방식이 지속될 경우 앞으로 12년간 최소 3600억원을 지급해야 했는데 이번 협상 타결에 따라 1200억원의 예산을 절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맥쿼리 측은 오는 9월까지 소태영업소에 하이패스 설비를 설치하고 2018년 지산IC를 신설하는 데 필요한 100억원의 예산도 자체 부담한다고 시와 약속했다.
시는 10월 맥쿼리와 재협상 타결에 따른 협약을 공식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시는 1구간 재정지원금 부담이 폭증한 2011년 맥쿼리 측에 자본구조 원상회복 감독명령을 내린 뒤 소송을 진행했다.
맥쿼리 측이 협약내용을 어기고 임의로 자기자본 비율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에 계류 중인 재판에서 승소해도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추정 통행료 손실에 관한 재정지원 방식을 바꾸기 위한 재협상을 벌여왔다.
MRG는 민자 투자 이후 예상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일정액을 지자체로부터 지원받는 방식으로 서울 우면산 터널과 부산 백양터널 등 전국 대부분 지자체가 현재 맥쿼리와 적용 중이다. 시 관계자는 “1구간 재협상 타결은 나머지 제2순환도로 민간구간 2곳과 MRG 방식을 시행 중인 다른 지자체의 민자도로 등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광주시, 전국 최초로 민자유치도로에 MRG 폐지하고 재협상 타결
입력 2016-06-15 1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