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666은 안 돼’ 아르헨 대통령 기부 뿌리쳐.. 속내는?

입력 2016-06-15 10:44 수정 2016-06-15 17:20
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고국인 아르헨티나 정부의 기부를 거절했다. 기부액을 합친 금액이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짐승의 수 ‘666’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다. 하지만 교황과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좋지 않은 관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문 일간 부에노스아이레스헤럴드(BAH)는 이달 초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스콜라스 오쿨렌테스’ 교육재단에 보낸 기부금을 교황이 돌려보냈다고 14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낸 금액의 총합이 1666만6000페소(약 4억2300만원)라는 이유였다. 

 666은 신약성서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숫자로 ‘악마의 숫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탈리아 일간 라스탐파는 교황청 관계자를 인용해 교황이 “666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교황이 지원하는 이 재단에 서한을 보내 해당 기부액 반환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BAH에 따르면 교황은 이 서신에서 아르헨티나 정부가 이 기부를 둘 사이가 개선된 증거라 선전할 것을 경계했다.

 아르헨티나 시민단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기부 거부가 아르헨티나 정부가 시행한 서민 증세안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마크리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아르헨티나 정부는 가정용 전기세를 500% 인상하고 대중교통 요금도 100% 올렸다. 한 현지 활동가는 “공적자금을 교황과 연결된 재단에 기부하고, 그것을 화해 제스쳐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멍청하다”고 비난했다.

둘 사이는 교황 취임 전이던 2009년 동성애자 결혼을 허용한 법원 판결에 대해 당시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인 마크리 대통령이 항소하지 않은 데서부터 어그러졌다. 이후에도 중도우파 마크리 대통령과 진보 성향인 교황은 부의 재분배와 부정부패 타파 등을 둘러싸고 충돌했다. 지난 2월 바티칸 회담에서도 둘은 경직된 분위기 속에 22분 만에 자리를 끝내 불화설이 거세졌다. 사건이 화제가 되자 수사나 말코라 아르헨티나 외무장관은 13일 로마에서 교황을 만난 뒤 “대통령을 향한 적대감은 보이지 않았다”며 갈등을 부인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