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비키니를 입은 늘씬한 여성 광고가 영국 런던을 뒤덮었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시민들이 자기 몸을 부끄러워하게 만드는 광고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광고는 단백질 건강음료를 선전하면서 “당신은 해변의 몸매를 준비했는가(Are you beach body ready?)”라는 카피를 달고 있다. 비키니를 입고 자랑할 수 있는 날씬한 몸매를 만들기 위해 단백질 음료를 먹으라는 내용이다. 노란 바탕에 검은색 글씨와 사진이 인쇄된 이 광고는 런던 전역의 지하철 역에 붙어있다.
칸 시장은 “나 또한 10대 소녀 2명의 아버지로서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부끄러워하게 만드는 이런 종류의 광고가 극히 우려된다”며 “지금이야말로 이를 끝낼 때”라고 말했다고 영국 매체들이 13일 보도했다. 칸 시장은 런던 교통국에 광고조정팀을 만들어 광고정책을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
“누구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자기 몸을 둘러싼 비현실적인 압력을 받아선 안된다. 광고산업에도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이 광고는 등장하자마자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여성들이 비현실적인 몸매를 추구하도록 부추기면서 여성들을 모욕한다는 비판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는 이 광고를 비판하는 글들이 쇄도했고, 런던의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에 붙은 광고에도 욕설과 비난을 담은 낙서가 씌였다.
미용용품 업체인 도브는 이를 겨냥해 ‘일반인스러운’ 몸매의 여성들이 수영복을 입고 있는 사진에 “그래, 우리는 해변의 몸매를 준비했다(Yes, We are beach body ready)”는 문구를 담은 광고를 만들기도 했다.
시민단체인 체인지닷오르그는 문제의 광고를 철거하라는 청원을 인터넷에 올려 7만명 이상의 지지를 얻기도 했다. 이 단체는 “단백질 음료수를 팔기 위해 비현실적인 여성 이미지를 내세워 개개인이 신체적 열등감을 느끼게 만든 광고”라고 비판하면서 “모든 사람들은 자기 나름의 몸매를 가지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 단체는 또 “누구나 해변의 몸매를 가지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도대체 ‘해변의 몸매’라는게 뭐냐”고 반문했다.
런던 교통국 관계자는 “대중교통 시설의 광고는 TV나 온라인 광고와 달리 소비자들이 쉽게 채널을 돌리거나 끌 수 없기 때문에, 이런 특수한 환경을 반영한 광고를 선정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밝혔다. 런던의 지하철역과 기차역, 버스정류장 등에는 매년 1만2000여개의 광고가 나붙어 런던 시민만 아니라 이 곳을 찾는 관광객 등 연38억명의 승객들이 보게된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런던시의 대중교통 광고 수익은 향후 8년간 20억 달러(약 2조원)가 넘는다고 전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