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노르웨이 베르겐 대학 연구팀이 자국민 수천명을 대상으로 워커홀릭인지를 검증하는 연구를 했다고 이 소개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직종의 남녀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주당 근무시간과 초과근무 여부 등 몇 가지를 묻고 심층 면접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7.8%가 워커홀릭에 해당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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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판정한 워커홀릭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두 가지였다.
-일을 예정된 시간보다 더 많이 하는 사람
-일을 핑계로 취미나 운동도 수시로 미루는 사람
연구를 진행한 세실 안드레아센 박사는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 달리 워커홀릭인 사람들에게서 특별히 유전적인 취약점이 드러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구팀은 흥미로운 점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워커홀릭이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 증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워커홀릭으로 분류된 사람 가운데 32.7%가 ADHD로 판정됐다는 점을 발견했다. 반면 워커홀릭이 아닌 것으로 판정된 사람들 중에서 ADHD로 분류된 이는 12.7%에 불과했다.
ADHD 판정을 받은 사람들은 보통 학교 수업이나 세미나에서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충동적으로 행동하거나 교우나 가족, 주변 동료들에게 과격한 말이나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최근 몇 년 새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문제로까지 거론됐다.
ADHD인 사람이 워커홀릭이 되기 쉬운 이유는 무엇일까. 안드레아센 박사는 “하나의 가설일 뿐”이라면서도 “ADHD 증세가 있는 이들은 충동적인 성격 탓에 사전에 미리 숙고하지 않고 많은 일을 떠안는 것은 물론, 자신의 실제 능력보다도 많이 일을 벌여놓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CNN은 2011년 기준 4~17세 미국인 청소년 가운데 약 11%가 ADHD 진단을 받았다는 결과를 소개하며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ADHD 청소년들의 문제는 심각하게 받아들였지만 ADHD 성인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드레아센 박사는 워커홀릭으로 분류된 이들에 대해 “자신의 결점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모두가 사무실을 떠난 뒤나 주말에도 일을 한다”며 “간혹 조용한 사무실에서만 일하는 걸 더 선호해서 그러는 이도 있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ADHD뿐만 아니라 강박장애(OCD)도 워커홀릭과 관련돼 있다고 결론지었다. 연구 결과 워커홀릭으로 분류된 이들 가운데 약 4분의 1이 강박장애 증세까지 갖는 것으로 분류됐다. 또 워커홀릭 가운데 세 명 중 한 명꼴로 불안 증세를, 8.9%는 우울증 증세까지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워커홀릭인 사람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하지만, 이들의 정신건강과 관련해 오랜 기간을 두고 치밀하게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연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안드레아센 박사는 지적했다. 그는 이번 연구가 ‘워커홀릭이 알콜 중독이나 도박 중독 같이 위험할 수 있다’ 정도를 보여줄 뿐이라고 한계를 인정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