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전남 진도에서 갯줄풀, 인천 강화에 영국갯끈풀이 발견됐다고 14일 밝혔다. 이들 잡초는 중국에서 해류를 따라 자연적으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강력한 번식력과 침입성으로 제거가 쉽지 않고, 막지 못하면 국내 갯벌의 생태적 기능을 상실시킬 우려가 있어 지난해 정부의 ‘생태계 위해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종들이다.
진도의 갯줄풀은 5700㎡, 강화의 영국갯끈풀은 130㎡ 넓이에 퍼졌다. 강화에서는 점 형태로 산발적으로 자라고 있지만 조만간 합쳐져 광범위하게 퍼져나갈 것으로 관측됐다. 환경부는 두 종을 ‘위해우려종’에서 ‘생태계교란종’으로 전환했다. 위해우려종은 국내에 아직 정착하지 못한 외래 생물이고 생태계교란종은 국내 기후에 적응해 확산되고 있는 외래 생물로 퇴치 작업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환경부는 관계부처와 지자체 협조를 얻어 이르면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퇴치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와 학계는 2012년 강화도에서 영국갯끈풀이 번식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환경부는 두 잡초의 존재를 지난해 4월에야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훨씬 전부터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 한국잡초학회에 지난해 4월 등재된 논문 ‘미기록 외래잡초 영국갯끈풀의 국내 분포와 식물학적 특성’에는 “2012년 강화도 동막 해변에서 분포가 최초로 확인됐다”고 작성돼 있다. 이어 “국내 갯벌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제거 방안 수립과 지속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논문은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이 공동 저자로 돼 있다. 해당 저자에 따르면 이 논문은 2014년 완성됐지만 학계 내부 사정 등으로 2015년 4월 등재됐다. 환경부는 이 논문을 근거로 2015년 4월에 최초 발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유해 외래종 방제 체계가 느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골든타임’을 놓쳐 전국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한해 수백~수천억원 예산을 투입하고도 방제에 실패하고 있는 재선충이나, 가시박 등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하고 제거하는 데 관계부처와 지자체 등의 협조를 얻는 과정에 어려움이 있다”며 “두 잡초의 경우 아직 국지적인 수준이며 방제의 ‘골든타임’이 지난 것으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 전국으로 퍼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