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체제 변경된 전대서 친박 '팀플' 먹힐까, 역풍맞을까

입력 2016-06-14 16:03 수정 2016-06-14 16:55

계파 갈등이 총선 참패의 최대 원인이라는 데 반박하는 여권 인사는 없다. 하지만 여당 내 ‘친박(친박근혜) 패권주의’는 총선 이후 오히려 강화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의원 122명 중 70여명을 차지하는 친박계가 일사분란하게 당내 선거를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하의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친박계의 ‘팀플레이’가 먹힐지 또는 역풍을 맞을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당 대표 강화한 지도체제 변경

혁신비대위원회는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당 대표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의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키로 의견을 모았다. 대표 최고위원 대신 ‘당 대표’ 직함을 부활시키고 전당대회 때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분리해 치르기로 했다. 차기 당 대표는 사무총장 이하 모든 당직자를 임명할 때 최고위원회와 협의만 거치게 하는 등 사실상 당 조직을 장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이는 기존 집단지도체제가 계파 갈등과 혼선만 부각시켰다는 지적을 반영한 결정이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기존의 대표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1등임에도 의결에서는 원오브뎀(one of them)에 불과해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당 대표 선거는 1인 1표제로, 4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는 기존대로 1인 2표 연기명 방식으로 선출키로 했다. 또 45세 이하 청년 최고위원직도 신설해 별도 선거를 하기로 결정했다. 비대위는 8월 9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일정도 변경치 않고 강행키로 했다. 아울러 당권·대권 분리 규정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비대위는 조만간 의원총회를 열어 이 같은 안을 추인 받기로 했다.

친박계 당내 선거 연전연승

19대 당시 친박계는 비박(비박근혜)계에 국회의장·당 대표·원내대표 선거에서 3연패했다. 결속력은 강했지만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다. 하지만 공천을 통해 수적 우위를 확보한 친박계는 최근 당내 선거에서 연전연승하고 있다. 지난달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의 물밑 지원을 받은 당시 정진석 후보가 나경원 후보를 예상보다 쉽게 꺾고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이후 친박계는 ‘비박계 김용태 혁신위원장, 이혜훈 비대위원’을 추인할 전국위원회를 실력으로 보이콧했다. 또 기획재정위원장 경선에서 비박계 경제통인 이종구·이혜훈 의원 대신 야당에서 이적한 조경태 의원에게 몰표를 몰아줘 당선시켰다. 친박계의 조직적인 팀플레이에 당내에선 “유승민 의원 복당 문제와 8월 전당대회도 결국 친박계 뜻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친박 팀플레이 전대서도 먹힐까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친박계 팀플레이가 가능했던 것은 비박계 강경파 견제에 대한 ‘암묵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유철 홍문종 정우택 이정현 의원 등 친박계 다수가 대표직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이는 데다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과 ‘좌장’ 최경환 의원의 출마 가능성까지 흘러나오고 있어 사전 조율에 따른 팀플레이가 전대에서도 작동될지는 불투명하다.

친박계 한 인사는 “전대 후보군이 가시화하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조율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결심할 경우 친박계 후보들이 출마를 포기하거나 친박계 내부에서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권 관계자는 “총선참패 책임론 재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친박 패권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당 안팎에 팽배해 있어 친박 대표성이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했다.

한장희 전웅빈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