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토니상 시상식에서 사상 처음으로 흑인 배우들이 뮤지컬 부문 남녀 주·조연상을 휩쓴 것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미국 최대 영화축제인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백인 일색이라 인종차별 비판을 받았던 것과 비교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비컨 시어터에서 열린 제70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해밀턴’에 출연한 레슬리 오돔 주니어가 남자 주연상을, 다비드 딕스와 르네 골즈베리는 각각 남녀 조연상을 받았다. 그리고 뮤지컬 ‘더 컬러 퍼플’에 출연한 신시아 데리보는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다. 앞서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백인 배우들이 남녀 주·조연상 등 20개 상을 모두 차지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제70회 토니상은 역대 최다인 1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던 ‘해밀턴’이 2001년 ‘프로듀서스’가 세운 12개 부문 수상 경신 여부에 이목이 쏠렸다. 비록 ‘해밀턴’이 새로운 기록을 만들지 못했지만 이날 흑인 배우들의 뮤지컬 부문 남녀 주·조연상을 휩쓴 것은 토니상 역사를 새로 쓰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지 언론 역시 흑인 배우들의 수상 소식을 가장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이날 남자 조연상을 받은 배우 다비드 딕스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브로드웨이에는 다양성이 존재한다. 다만 다양성이 좀더 주류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시상식 진행을 맡은 코미디언 제임스 코든도 오프닝에서 “오늘 시상식을 아카데미상처럼 생각해라. 하지만 우리는 다양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흑인 배우들의 잇단 수상에는 뮤지컬 ‘해밀턴’의 공이 크다. ‘해밀턴’은 미국 초대 재무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해밀턴(1757~1804)을 중심으로 건국 초기의 역사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라틴계와 흑인 배우들만 캐스팅했다. 또한 안무와 의상 역시 흑인 안무가와 디자이너가 맡았다. 이 때문에 브로드웨이에서 역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백인 중심의 미국 역사 인식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한편 이날 토니상 시상식 이후 SNS에서는 아카데미상 시상식 즈음 유행했던 ‘OscarsSoWhite’(오스카상은 너무 하얗다)에 빗대 ‘TonySoBlack'(토니상는 너무 검다)는 해시태그가 줄을 잇고 있다. 네티즌들은 “할리우드는 브로드웨이를 봐라” “아카데미상은 토니상을 주목해야 한다” 등등의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흑인 배우들의 수상, 아카데미상과 비교된 토니상
입력 2016-06-14 09:47 수정 2016-06-14 0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