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인 고종석씨가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19대 대통령 출마 선언문을 올렸다.
고씨는 "저는 내년 12월 20일에 치러질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 합니다"라며 "신문기자와 저술가로서의 경력밖에 없고, 기존의 정당에 속해 있지도 않은 제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데 의아해 하실 분이 많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고씨는 "운이 나쁘면, 18대 대선에 출마한 강지원 후보처럼 아무런 주목도 못 받을 수 있고, 17대 대선에 출마한 허경영 후보처럼 희극적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꼭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어야겠다는 꿈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어야만 이룰 수 있는 꿈입니다"라며 "그 꿈을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선포는 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고씨는 "그 꿈 가운데 다섯 개만 말씀드리겠습니다"라며 "첫째는, 박정희와 김대중의 역사적 화해입니다. 두 대통령은 1960년대 이후 대한민국을 만들어온 사람입니다. 그것을 부정하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압니다"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는 고도성장에 대한 박정희 대통령의 공로를 인정해야 하고, 민주화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공로를 인정해야 합니다"라며 "이와 함께 박정희 대통령의 인권유린을 인정해야 하고,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이제 빛바랬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고씨는 "그래서 민주화를 더욱 진전시키면서 그 강화된 민주주의가 국가안보의 초석이 되도록 지혜롭게 행동해야 합니다. 그 국가안보의 최전선에 있는 군과 국가정보원은 민주화 및 투명화와 함께 국가 자원의 최대 그리고 핵심 부분을 할당 받아야 합니다"라고 했다.
고씨는 "둘째는, 여성과 남성의 완전한 평등입니다. 대한민국에서만은 아니지만 특히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라며 "여성은 수적으로는 소수자가 아니지만 질적으로는 소수자입니다"라고 했다.
이어 "국무위원,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행정부와 입법부의 상층부뿐만이 아니라, 대기업의 임원들에서부터 중소기업의 작업장에서까지 여성은 남성에 견줘 수도 적을 뿐만 아니라, 모욕적 편견에 기초한 일상적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라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국무위원들 가운데 한 성이 60%를 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비롯해, 공적 영역에서는 물론이고 민간 영역에서도 여성이 남성과 대등한 기회를 갖도록 하는 법률을 국회의 협조로 만들겠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여러분은 여성 각료가 반이거나 과반인 내각을 보게 되실 것입니다"라고 했다.
고씨는 "셋째는, 북한문제의 조속하되 인내심 있는 해결입니다. 북핵문제는 근본적으로 북미간의 문제이지만, 우리가 제3자가 될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라며 "올해 11월8일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든 공화당이 승리하든 미국은 북한에 압박정책을 사용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고씨는 "우리는 그것이 근본적으로 옳은 방향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북한 정권이 신뢰할 수 없는 정권임을 여러 차례 확인했습니다"라며 "주는 것만큼 받는 것, 받는 것만큼 주는 것, 곧 상호주의는 대북관계의 근간이 돼야 합니다. 그것은 국가안보라는 가치를 우리가 지금보다 더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뜻입니다"라고 했다.
이어 "북한인권 문제도 내정간섭이라는 차원을 떠나 보편적 가치의 구현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더 깊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세계의 우방국들과 더불어 우리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신장하려 애써야 합니다. 그리고 그 우방국 가운데 첫 번째가 미합중국이라는 사실을 확고히 해야 합니다. 통일은 우리 민족의 최종 목표이지만, 평화와 자유는 그보다 더 큰 가치입니다. 우리는 통일과 평화가 맞바꿈의 관계에 있을 때, 머뭇거림 없이 평화를 택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고씨는 "넷째는, 지역 패권주의의 교정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특정 지역의 헤게모니 아래 온갖 불합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라며 "모든 형태의 자본이 특정 지역 출신 인사들에게 과점되어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군부독재정권 시절에는 그 헤게모니가 폭압적이었지만, 민주화 이후에는 그 헤게모니가 부도덕한 동의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지역패권주의를 교정하려 애쓸 것입니다"라고 했다.
고씨는 "다섯째는, 사형제의 폐지입니다. 국민 여러분 다수가 사형제의 존속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라며 "그러나 사형제는 인간의 존엄성에도 어울리지 않고, 가증스러운 범죄를 가증스러운 범죄로 씻어내는 야만적 제도입니다"라고 했다.
이어 "제가 대통령이 되면, 국회를 설득해서 사형제를 폐지하고 이것을 가석방 없는 종신제로 바꾸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 자리는 제 대선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닌 만큼 더 이상 길게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또, 대통령 후보로서 저 자신을 선전하는 것은, 내년 4월24일(그 날이 선거일 240일 전입니다)에 제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하기 전에는, 법에 어긋나는 사전 선거운동이 됩니다"라고 했다.
고씨는 "저는 앞으로 이런저런 자리에서 제가 바라는 대한민국에 대하여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예비후보 등록 전에는 저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큰 틀에서의 얘기만 할 것입니다"라며 "저는 아무 분야의 전문가도 아닙니다"라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사회의 엘리트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거칠게나마 옳고 그름을 판단할 이성은 있고, 옳은 일을 실천할 용기도 있습니다"라며 "그래서 독서와 사색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뵙고 배우기를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이 출마 선언의 난데없음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