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팀은 ‘금고지기’ 조사를 징검다리 삼아 롯데 사주(社主) 일가로 빠르게 접근해 가고 있다. 압수수색 직후부터 신격호·신동빈 회장 자금관리인들을 집중 조사해 비밀 공간 속 금전출납부, 외부에 은닉했던 30여억원과 서류 뭉치 등 수사 열쇠가 될 수 있는 자료들을 확보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는 13일 롯데그룹 정책본부 소속 이모(57) 전무 등 신 회장 자금 관리를 담당했던 4명을 불러 조사했다. 이 중 2명은 전날에도 조사받았다.
검찰은 이 전무로부터 서울 중구 호텔롯데 34층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 금고에 있던 현금과 서류 등을 꺼내 외부로 반출했다는 진술을 얻어냈다. 애초 자신의 집에 보관했다가 검찰 수사 직전 박스에 담아 서울 양천구의 처제 집으로 옮겨놨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이날 수사팀을 급파해 처제 집에서 현금 30여억원과 서류뭉치를 발견해 압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찾아낸 서류 분량이 꽤 된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롯데백화점 해외사업부문장을 거쳐 2008년부터 정책본부 비서실에서 근무한 ‘신동빈 사람’이다. 신 회장과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 신 총괄회장을 24년 동안 보좌하던 김성회(72) 전무를 대신해 총괄회장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은 같은 해 10월 이 전무에게 전격 해임을 통보했다. 이른바 ‘롯데호텔 34층 장악 혈투’ 과정의 일이었다. 이 전무는 비서실장을 관두면서 신 총괄회장 집무실 금고에 있던 현금과 서류를 인수인계 하지 않고 들고 나왔다고 진술하고 있다. 검찰이 지난 10일 34층 집무실을 압수수색했을 때 금고는 비어있었다.
검찰은 금고지기 수사를 통해 호텔롯데 33층 신 총괄회장 비서실 내 비밀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10일 압수수색 때는 검찰이 파악하지 못했던 장소다. 검찰은 바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그 안에 들어있던 금전출납부와 다량의 통장을 확보했다. 회장 가족의 자금 관리 행태 전반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 단초가 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전무 등으로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매년 각각 100억원대와 200억원대 자금을 받아갔다는 진술도 받았다. 여러 계열사에서 조성된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 회장 비서진은 급여와 배당금 성격의 정당한 보수로 지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자금 규모가 너무 커서 성격을 파악 중”이라며 “계열사에서 어떤 형태로 전달됐는지, 어떤 성격인지 등 조사를 더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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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지기’ 압박해 호텔롯데 33층 신격호 비밀공간 찾았다
입력 2016-06-13 17:34 수정 2016-06-13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