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 140억 웃돈, 신격호 페이퍼컴퍼니로 빠져나갔다

입력 2016-06-13 17:32 수정 2016-06-13 20:18

롯데그룹 내부의 주식 취득·처분 과정에서 발생한 140억원 안팎의 웃돈이 신격호(94) 총괄회장의 스위스 설립 특수목적법인(SPC) ‘로베스트’로 빠져나간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1985년 설립 이후 줄곧 베일에 싸여 있던 이 법인은 사실상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헐값·웃돈 거래를 중심으로 롯데그룹의 비자금 형성 의혹을 확인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롯데 계열사들의 해외 거래에 대해서도 살피기로 했다.

검찰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2010년 5월 로베스트로부터 롯데물산 주식 64만1330주를 250억원에 장외 취득했다. 당시 롯데쇼핑은 “잠실 제2롯데월드 설립운영회사에 대한 지분 취득으로, 판매시설 사업을 확대한다”는 목적을 밝혔다. 취득 가격은 주당 3만8982원으로 금융당국에 보고됐다.

하지만 이 주가는 롯데그룹 내부에서 평가된 적정 가격의 2배보다도 크게 산정된 것이었다. 롯데칠성음료는 2009년 12월 말 매도가 가능한 금융자산의 장부가격을 신고하면서 롯데물산 1주가 1만6443원의 가치를 갖는다고 밝혔다. 1년 뒤인 2010년 12월 말에는 이 가격이 1만7175원으로,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결국 롯데쇼핑에서 로베스트 측으로 흘러간 웃돈이 139억~144억원에 이른다는 결론이 나온다. 로베스트가 가진 롯데물산 주식을 시세보다 높이 평가해주는 방식으로 그룹 내부의 회삿돈을 해외로 흘려보내줬다는 의혹이 발생하는 대목이다.

로베스트는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여수석유화학 등의 지분 관리 목적으로 신 총괄회장이 스위스에 설립한 해외 특수목적법인이다. 신 총괄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37개 해외 계열사 대부분이 일본에 근거지를 두고 있지만, 로베스트만은 유일하게 스위스에 근거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해외에서 국내에 투자금을 들여올 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으로 세워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한편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61) 회장의 자금관리인 이모(57) 전무가 처제 집에 숨겨뒀던 30여억원의 현금, 서류 뭉치들을 찾아냈다. 이 전무는 지난해 8월 ‘형제의 난’ 와중에 신 총괄회장 비서실장에 임명됐다가 두 달 만에 해임되며 호텔롯데 34층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 금고에서 현금과 서류를 꺼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처제 집에 이를 옮겨놨다가 13일 압수당했다.

검찰은 호텔롯데 33층의 비서실 내 비밀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상당량의 금전출납부와 통장을 찾아냈다. 검찰은 자금관리들에게서 신 회장 부자가 매년 100여억원과 200여억원씩의 계열사 자금을 수령해 왔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 전무 등은 이 자금이 급여 및 배당금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경원 노용택 황인호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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