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로 시작하는 20대 국회에서 13일 개원 연설을 한 박근혜 대통령은 시종일관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화합과 협치를 강조할 때는 본회의장을 둘러보면서 여야 의원들과 눈을 맞췄다. 지난해 10월 시정연설 때 국정 역사 교과서를 언급하며 야당을 향해 ‘레이저 시선’을 보냈을 때와는 180도 달랐다.
이날 연설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국민’(34회)이었다. 박 대통령은 20대 국회가 국민의 삶을 위한 민생 중심의 국회로 거듭나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와 함께 ‘경제’(29회)와 ‘국민’(24회)도 자주 언급됐다. 국회와의 협력을 강조하는 대목에선 ‘화합’과 ‘상생’, ‘협치’ 등의 표현이 등장했다.
박 대통령이 연설을 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통로 좌우에 앉아 있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모두 일어서서 박수로 환영했다. 두 야당의 예우는 크게 달랐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천정대 공동대표, 박지원 원내대표는 기립 박수를 보낸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등은 자리에서 일어서긴 했지만 박수는 치지 않았다. 현역 의원이 아닌 새누리당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은 4층 방청성에 앉아 연설을 지켜봤다.
박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뒤돌아서 국회의장석으로 손을 뻗어 정세균 국회의장과 악수했다. 박 대통령이 퇴장할 때 새누리당 의원들은 통로에 도열해 박수로 배웅했다. 박 대통령은 서청원 의원에게 두 번 손을 흔들었고, 서 의원 옆에 있던 김무성 전 대표와도 스치듯 악수했다.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혔던 무소속 유승민 의원은 연설 초반부터 여러 번 박수를 쳐 눈길을 끌었다.
이어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박 대통령과 정 의장 등 5부 요인, 여야 3당 지도부가 마주 앉았다. 지난달 27일 박 대통령이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의 청문회를 활성화한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 요구(거부권 행사)한 이후 야당과의 첫 대면이었다. 박 대통령은 “국회나 정부가 가는 길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국회와 더 많이 대화하고 소통해나갈 예정인데 많이 도와 달라”고 했다.
이어진 비공개 환담에선 간간이 농담이 오가는 등 분위기가 좋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가 “(더민주 소속이던) 의장이 탈당해서 새누리당이 1당이 됐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중요한 건 ‘2당’인 국민의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2당 잘 생각하시라”고 받아쳐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 1시간 12분간 머물렀다. 이중 27분을 개원 연설에, 5부 요인과 여야 지도부와의 환담에 18분을 할애했다.
박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취임 후 다섯 번째였다. 2013년 11월 첫 시정연설 때 “앞으로 매년 정기국회 때마다 직접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겠다”고 약속한 뒤로 매년 예산안 시정 연설을 했다. 지난 2월엔 북핵 문제를 주제로 국정에 관한 연설을 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와 소통과 협력의 의지를 밝힌 것은 의미 있게 받아 들인다”면서도 “경제위기,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해법에 대해선 국회와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특히 “노동법 개정을 압박한 것은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권지혜 기자 jhk@kmib.co.kr
박대통령, 시종일관 여유있는 표정으로 연설
입력 2016-06-13 1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