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 첫 연설서 개헌 꺼낸 이유는

입력 2016-06-13 16:09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헌 논의를 공식 요구한 것은 20대 국회가 개헌의 ‘적기’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당(多黨) 체제 및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 아래선 의회주의 가치에 대한 존중 의사가 높고, 내년 대선 정국에선 국회 요구에 대선 주자들이 호응할 가능성이 크다. 개헌 논의를 선제적으로 제기하면서 정국 이슈를 주도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 의장은 13일 국회 개원식에서 “20대 총선에서 우리 국민은 절묘한 균형을 선택해 주셨다”며 “다당 체제로 출발하는 20대 국회는 역설적으로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주의가 꽃필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헌을 하려면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인 20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야당 의석과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을 다 합해도 개헌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소야대 국면과 대선 정국이 맞물리면서 개헌 논의에 불을 지필 수 있는 환경은 충분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물론 대선 주자들도 따라올 수밖에 없는 화두를 정치권에 던져 국회의장으로서 확실한 정치적 존재감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정 의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까지 1년 반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전에 개헌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선 주자들의 공약을 받은 뒤, 대선 후 여야 합의로 20대 국회 잔여회기에 성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선 전부터 개헌 이슈를 부각시킨 뒤 다음 정권에서 개헌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정 의장은 개헌 방향에 대해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고 밝혀왔다.

정 의장은 개원식 연설에서 개헌과 함께 경제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의 기본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가계부채, 자영업자, 양극화 및 저성장, 저출산고령화, 글로벌 금융위기 문제 등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국회의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정 의장은 앞서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경제위기 극복 특별기구’를 국회에 두자고 제안한 바 있다. 또 경제 위기 극복과 함께 기술융합 기반 4차 산업 등 국가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국회가 노력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정 의장은 “‘능동적 의회주의’를 구현해야 한다”며 정부·여당을 향한 견제도 잊지 않았다. 그는 “국회는 정부입법을 통과시키는 기능에 머무르는 수동적 절차주의 관행을 넘어 실질적으로 국정의 한 축으로 역할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는 것이 의회 뿐 아니라 대통령도 함께 성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