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전반기 국회 상임위원장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소야대 국회에서 벌어질 ‘총성 없는’ 개별 전투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13일 마무리된 상임위원장 인선에서 최전선인 법사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여야가 ‘주포’를 배치한 것도 같은 이유다.
야당에서 여당으로 위원장이 바뀐 법사위의 경우 새누리당은 검사 출신 권성동 의원(3선)을 전반기 첫 1년 위원장으로 세웠다. 본회의 전 ‘마지막 관문’을 사수할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명박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을 지낸 권 의원은 정치적 현안과 관련한 특별위원회의 단골 위원·간사를 도맡을 정도로 전투력에선 여당 내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권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NLL 논란 등 가장 치열한 여야 대치 현장의 맨 앞에 서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장하나 전 의원도 라디오방송에서 “상임위에서 본 권 의원은 정말 발군”이라며 “새누리당에 큰 무기가 하나 쥐어진 셈”이라고 평가했다.
더민주는 야당이 가져온 예결위원장에 김현미 의원(3선)을 투입했다. 387조원(올해 기준)의 나랏돈을 총괄하는 예결위원장을 여성 의원이 맡은 건 헌정 사상 최초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 초대 비서실장을 맡았던 김 의원은 세월호 참사 땐 국정조사 야당 간사를 맡는 등 주요 현안마다 최전선에서 공세를 담당했던 ‘강경파 여걸(女傑)’이다. 17대 대선에선 ‘BBK 사건 저격수’로도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국회 관계자는 “예결위 상황에 따라 정부 부처가 움직여야 할 일이 많다”며 “신임 예결위원장이 법인세 인상과 부자감세 철회 등 정부 정책과 다른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여 예결위가 가장 뜨거운 상임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한편 이날 당내 조율이 안돼 경선을 치른 상반기 기획재정위원장은 새누리당 4선 조경태 의원이 맡는 것으로 확정됐다. 역시 경선을 치른 안전행정위원장과 정무위원장엔 3선인 유재중·이진복 의원(3선)이 각각 선출됐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20대 전반기 국회 창(김현미)과 방패(권성동)
입력 2016-06-13 1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