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역도스타 고(故) 김병찬(46) 선수의 메달과 상장, 훈장 등 그의 유품이 하마터면 고물상에서 빛을 잃을 뻔했다.
지난달 27일 강원도체육회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김 선수의 메달과 상장 등 유품이 폐기물 처리업체에 의해 처리될 위기에 놓였다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김 선수가 살아생전 같은 아파트에 살며 그를 따뜻하게 보살폈던 이웃 주민의 아들이었다.
김 선수는 지난해 6월 26일 춘천 후평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를 발견한 것은 바로 이웃 주민이었다.
그의 유품은 지금까지 먼지가 쌓인 채 아파트에 그대로 놓여있었다. 가족 등 상속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리사무소는 1년 가까이 지나도록 상속자가 나타나지 않자 입주 대기자를 고려해 김 선수의 짐을 폐기물 수거업체에 맡겨 정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이웃 주민이 도체육회에 알리면서 메달과 훈장, 앨범 등이 고물상 행을 면하게 됐다.
도체육회 관계자는 “전화를 받은 뒤 곧장 아파트로 달려가 관리소에 사정을 얘기하고 그의 유품을 수거해 왔다”며 “강원도역도연맹과 함께 유품 보관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선수는 베이징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역도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어 1991년과 1992년 출전한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에서는 각 3관왕에 올랐고, 1991년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는 은메달과 동메달을 휩쓸며 전성기를 보냈다.
그러나 1996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되면서 역도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 특별한 수입원이 없었던 김 선수는 매월 52만5000원의 메달리스트 연금으로 어머니와 함께 생계를 이어왔다. 어머니도 2013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혈혈단신이 됐다.
그는 메달리스트 연금이 최저생계비 지급 기준(49만9288원)보다 3만원 가량 많아 최저생계비 지원도 받지 못했다. 그나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등록돼 월 10만원 안팎의 의료급여와 주거급여 등을 받는 게 고작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김 선수의 사망으로 경기력 향상 연구연금 수급자 생활보조비 제도를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체육연금을 받고 있더라도 생활고, 장애 등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운 체육연금 수급자가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역도스타 고 김병찬 선수 메달 하마터면 고물상 갈뻔
입력 2016-06-13 13:44 수정 2016-06-13 1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