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중심가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이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경도된 미국인에 의한 자생 테러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이 경우 지난해 12월 발생한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 테러 이후 약 6개월만에 자생 테러가 재발한 셈이다.
2007년 버지니아공대에서 32명이 사망한 총기 난사 사건을 뛰어넘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사건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이번 사건으로 무슬림 난민과 테러 대처, 총기 규제 등이 이번 대선에서 핫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무슬림 이민과 난민 규제를 주장해 온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더욱 공세적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올랜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이바
AP통신에 따르면 사건은 올랜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이(동성애자)바인 '펄스'에서 발생했다. 이날 오전 2시쯤 소총과 권총, 폭발물로 의심되는 다른 장비를 갖춘 무장 괴한이 클럽 앞을 지키던 경찰관과 교전한 후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괴한은 클럽 안에 있던 사람들을 인질로 붙잡고 3시간 가량 경찰과 대치했다.
당시 클럽에 있던 크리스토프 한센은 "총소리가 한발, 두발, 세발 계속됐다"면서 "한 곡이 모두 끝날 때까지 총격이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인질 몇 명으로부터 문자 메시지와 전화를 받은 뒤 오전 5시에 특별 기동대(SWAT팀)를 클럽에 투입시켰다.
존 미나 올랜도 경찰국장은 "SWAT팀과 용의자 사이에 총격전이 진행됐으며 용의자는 경찰 총격에 사망했다"고 말했다.
한 목격자는 "시신들이 사방에 깔려 있었다. 피가 사방에 넘쳤다"고 말했다고 BBC가 전했다.
사건 당시 주말을 맞아 클럽 안은 100명이 넘는 남녀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 클럽은 올랜도에서 가장 큰 동성연애자 전용 나이트클럽의 하나로, 클럽측은 '가장 화끈한 게이 클럽'으로 광고해 왔다고 CNN은 전했다.
무슬림 테러 미 대선 이슈 되나
워싱턴포스트(WP)는 용의자가 플로리다주 포트 피어스 출신으로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남성 오마르 마틴(29)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지만 가족들은 아프간 출신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경찰은 아직 마틴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와 범행 동기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총기난사범은 올랜드 출신이 아니며 잘 조직되고 체계적으로 (범행을) 준비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FBI 대변인은 용의자가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진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된 미국 내 자생 테러범 소행으로 판명된다면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서 발생한 테러와 흡사하다.
파키스탄계 부부인 사예드 리즈완 파룩(28)과 타시핀 말리크(27)는 지난해 12월 2일 샌버나디노의 복지시설에서 총기를 난사해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한 파룩의 직장동료 14명을 살해하고 22명을 다치게 했다.
한편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결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등은 "끔찍한 일, 충격" 등의 표현으로 놀라움을 표시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