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평범한 데이트 자리였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상대와 앉아 담소를 나누던 여성은 조심스레 자신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순간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인 남성의 표정이 변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그는 저녁을 계산하고 즉시 자리를 떴다.
이처럼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은 정치 성향을 밝히는 순간 미국 사회에서 적대시 당하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지지자들을 맺어주는 데이트 주선 사이트까지 탄생했다.
미국 CNN머니에 따르면 ‘'라고 이름붙여진 이 웹사이트는 10일(현지시간) 기준 회원수가 7000명에 이르렀다. 전날인 9일 일간 뉴욕포스트가 보도할 당시 500명이었던 게 하룻만에 6500명 가까이 늘었다. 다음주 중에는 스마트폰 앱(어플리케이션)까지 만들어질 예정이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이자 사이트 개설자인 데이비드 고스(35)는 지난 2월 다른 공화당지지 성향 친구들과 만나 이 사이트 개설을 계획했다. 엘에이 인근 산타클라라에서 TV방송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는 고스는 “사회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을 혐오하는 정서가 있는 것 같아 데이트에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개설 이유를 밝혔다.
해당 홈페이지는 트럼프의 선거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g)'를 패러디해 ‘데이트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ing dating great againg)’는 문구를 메인 화면에 걸었다. 고스의 아내 타냐는 “처음에는 사람들이 이 사이트를 패러디 사이트로 생각할까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정치적 견해 차이 걱정없이 데이트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좋아했다”고 전했다.
뉴욕포스트는 많은 회원이 뉴욕과 엘에이, 수도 워싱턴DC 등 미국 주요도시 출신이라고 전했다. 회원 가입은 무료이지만 회비 4.95달러(약 6000원)를 내지 않으면 상대에게 보낼 수 있는 메시지 수가 하루 하나로 제한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남성회원(27)은 “언론이 트럼프를 악마화 하는 바람에 평소에 주변 사람들에게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잘 밝히지 않는다”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가끔 힘들다”라고 털어놨다.
엘에이에 거주하는 여성회원 앰버 윌리엄스(34)는 뉴욕포스트에 “주변 이웃들 대부분이 버니 샌더스 지지자여서 가입했다”면서 “이 사이트를 통해 샌디에이고에 사는 트럼프 지지자 남성을 만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