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회의 출범이 열흘 지났지만 당내에서는 쇄신 논의 자체가 되레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계파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걱정에 지도부는 ‘침묵’을 종용하고, 의원들 사이에서도 ‘괜히 나서지 말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13일 오전 일찍 비대위 회의를 열어 전당대회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이번주 분과회의도 열어 지도체제 개편, 당권·대권 통합 여부, 전당대회 룰 등 구체적인 의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탈당 의원들의 복당 문제는 아직 의제로 잡히지 않았다. 13일은 박근혜 대통령의 20대 국회 개원연설이 예정돼 있고, 당내에서는 상임위원장 경선 등 일정이 있어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4·13 총선 참패 원인을 분석한 백서 발간도 지연되는 모양새다. 비대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백서 발간은 6월말이나 7월초 쯤 될 것으로 보인다”며 “13일이 총선 패배 두 달째 되는 날이고, 백서에 담길 내용도 이미 나온 걸로 아는데 왜 발간을 늦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 사무처 관계자는 “일부에서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닌데 백서가 나오면 또다시 갈등만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고 했다.
지난 10일 당 정책 연찬회에서도 새누리당은 “‘계파’ 용어를 쓰지 않겠다”는 일회성 선언문 낭독 퍼포먼스만 폈다. 당 중진 의원은 “한마디로 ‘입을 다물라’는 말”이라며 “갈등을 수면 위로는 등장시키지 않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평했다.
의원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차기 지도부 구성에 집중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차기 전당대회를 7월말~8월초, 혹은 정기국회 직전인 8월 말 실시하는 안을 놓고 계파별 득실을 따지는 목소리까지 감지된다.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보통 한 달 일정의 전국순회를 갖는 만큼 비대위로서는 실질적 활동기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셈이어서 ‘관리형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 역시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조용한 새누리당 혁신비대위 왜?
입력 2016-06-12 1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