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지날 때 차창 열지 마세요.”
차량 배기가스로 서울 시내 공기 질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시내 터널 내부의 공기 질도 대부분 ‘나쁨’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터널 보도에는 차도의 공기를 차단하는 장치가 없어 터널을 걸어서 지나는 시민들이 나쁜 공기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시는 지난달 시내 9개 터널 내부의 미세먼지(PM10) 농도를 측정한 결과 2곳을 제외한 터널의 공기 질이 ‘나쁨’(80~150㎍/㎥) 수준으로 조사됐다고 12일 밝혔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공기의 질을 좋음(0~30㎍/㎥), 보통(31~80㎍/㎥), 나쁨, 매우 나쁨(151㎍/㎥) 등 4가지 단계로 구분한다.
터널 내부 공기가 가장 나쁜 곳은 남산2호 터널로 미세먼지 농도가 151㎍/㎥에 달해 유일하게 ‘매우 나쁨’을 기록했다. 홍지문터널(119㎍/㎥)을 비롯해 금화터널(86㎍/㎥), 구룡·구기터널(83㎍/㎥), 북악터널(82㎍/㎥), 남산3호터널(81㎍/㎥) 등도 모두 ‘나쁨’으로 나타났다. 상도터널(70㎍/㎥)과 남산1호터널(68㎍/㎥) 두 곳만 ‘보통’으로 조사됐다.
현행법상 터널 내부의 미세먼지 농도를 관리하는 기준은 없다. 길이 500m 이상인 터널안의 일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농도를 각각 100ppm, 25ppm 이하로 관리하라는 규정만 있다. 서울에 있는 37개 터널 가운데 길이 500m 이상인 곳은 12곳이다. 남산 1·2·3호 터널, 홍지문, 정릉, 북악, 구기, 상도, 금화, 호암2, 위례터널 등이 해당한다. 시가 매년 이들 터널을 대상으로 상·하반기 2차례씩 일산화탄소·질소산화물 농도를 측정한 결과 최근 3년간 어느 터널도 기준치를 웃돈 적은 없었다.
서울시내 터널 내부에 보도가 설치된 곳은 총 22곳인데 이 가운데 차도와 인도를 분리하는 유리차단막이 설치된 곳은 15곳이다. 북악, 호암2, 월드컵, 궁동, 작동, 천왕산, 생태, 무지개 등 7개 터널 내부에는 유리차단막이 설치돼 있지 않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서울 시내 터널 내부 공기질 대부분 나쁨 수준...남산2호 터널 최악
입력 2016-06-12 1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