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사패산 살인 사건을 나홀로 여성 등산객의 금품을 노린 강도살인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피해 여성의 바지가 벗겨져 성폭행 의혹이 있었지만 돗자리에서 발견된 음모가 가해자인 정모(45)씨의 것이 아니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역시 성폭행 흔적이 나오지 않았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50대 여성의 금품을 빼앗고 목을 졸라 살해한 정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정씨는 7일 오후 3시쯤 의정부 사패산 등산로에서 정모(55·여)씨의 금품을 빼앗으려다 저항하자 머리를 다치게 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범행 당일 오전 10시쯤 사패산에 올라 소주 1병을 마시고 3시간 가량 잠을 자고 일어나 배회하던 중 혼자 음식을 먹고 있는 정씨를 발견해 범행을 저질렀다. 지갑에서 빼앗은 현금은 단돈 1만5000원에 불과했고, 범행장소에서 200m 떨어진 곳에 정씨의 지갑을 숨긴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는 일용직 근로자였다. 여러 지역을 떠돌아다니며 4월부터 의정부에 와 2개월 가량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직후 언론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기사를 보다가 DNA를 발견했다는 보도에 압박을 받아 자수를 했다.
경찰은 최초 조사에서 정씨의 성폭행 시도를 의심했다. 피해자 정씨의 옷이 반쯤 벗겨져 있었고 현장에서 체모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정씨는 “피해자가 쫓아오지 못하게 하려고 바지를 내렸으나 성폭행을 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돗자리에서 발견된 음모도 정씨의 것이 아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역시 정씨의 사인을 머리 손상 후 목졸림에 의한 질식사로 밝혔다. 성폭행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시민들의 의혹은 시원스레 풀리지 않고 있다. “못 쫓아오게 옷을 벗긴다는 게 말이 되느냐” “일단 하의를 벗긴 것 부터가 성폭행 혐의가 있지 않느냐” “요즘 현금 들고 다니는 사람이 어딨나요? 1만5000원 뺏고 사람을 죽였다는게 석연치 않네요” 등의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정씨의 여죄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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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