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초기, 오너가 구속까지 당한 CJ와는 대조적으로 롯데는 사정 바람을 비켜나는 듯 했다. 2013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직원 150명이 동원돼 롯데쇼핑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됐지만 당시 국세청은 600억원을 추징하고도 검찰에 고발은 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 3월 해당 사건을 자체적으로 조사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는 2011년에서 2012년 사이 롯데쇼핑 본사에서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사업본부로 사용처가 불분명한 거액의 자금이 흘러간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검찰 수사는 2013년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통보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FIU는 “비자금일 가능성이 있으니 사용처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겼다. 계열사로 유입된 문제의 자금은 모두 현금으로 인출됐고 그 규모는 수십억원대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후 수사에선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2014년에는 검찰의 롯데홈쇼핑 비리 수사가 진행됐다. 당시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또 다른 납품비리 의혹에 이름이 거론되는 등 수사가 그룹 전체로 번질 뻔했으나 신헌 전 대표의 구속과 더불어 개인비리로 마무리됐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 들어가면서 “롯데 계열사 간 자산거래 과정에서 벌어진 배임과 횡령을 통한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을 중심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깊숙이 들어가지 못했던 과거 수사 때와는 상황도 조금 다르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지난해 불거진 ‘롯데가 형제의 난’ 이후 범죄 첩보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선 수사를 통해 축적된 자료도 있다. 감사원이 올 3월 수사 의뢰한 롯데홈쇼핑 재승인 과정 비리를 비롯해 국세청의 2015년 대홍기획 세무자료도 롯데그룹 수사의 단서가 됐다.
결국 이번 수사는 신 회장은 물론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10일 두 사람의 집무실과 자택 등 현직 임원 6~7명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여기엔 그룹 2인자라 불리는 이인원(69) 롯데쇼핑 정책본부장과 황각규(61)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내에선 그룹 안팎의 악재와 맞물려 1967년 창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말도 나온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