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하드윅 가제트는 홈페이지에 백일장 공고를 내며 차기 편집장의 자질과 요건을 공개했다. 공고에는 “글쓰기에 대한 열정과 진실한 저널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열망, 경영적인 감각을 지닌 분, 버몬트의 뉴스 발행인이라는 숭고한 직업을 갖고 싶은 분은 이번 대회에 지원하세요”라고 적혀 있다. 언론사가 글짓기 대회로 편집장을 공개 모집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같은 실험에 나선 것은 종이신문이 아닌 인터넷 뉴스 시대로 접어든 신문사의 고민이 담겨 있었다. 하드윅 가제트는 127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주간지였으나 인터넷의 영향으로 판매 부수가 줄었다. 지난 1986년 이 회사 지분을 사며 편집장과 발행인을 맡아온 로스 코넬리는 자신의 71번째 생일을 앞두고 차기 발행인을 뽑는 문제로 고민을 하다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코넬리는 지난 2011년 공동발행인을 해온 아내를 암으로 사별한 후 혼자 하드윅 가제트를 이끌어왔다.
그는 “지역 주민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거울 역할을 하고 지역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통찰력을 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며 “스캔들과 선정적인 뉴스가 아닌 중요한 지역 소식에 열정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고 AP통신에 말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가 지역 신문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분들이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SNS 속 화제가 되는 가십성 화제보다 사람들의 삶에 중요한 뉴스를 중시하는 사람을 찾는다는 뜻이다.
대회 참가비는 175달러(약 20만원)로 그리 싸지는 않다. 시험 주제는 주간지 발행인이 되기 위한 자신의 기량과 비전을 담은 400단어 분량의 에세이로 알려졌다. 코넬리는 약 700명 이상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11일 열리는 대회에서 우승, 차기 편집장 및 발행인으로 뽑힌 사람은 건물과 시설·설비, 홈페이지 등 하드윅 가제트에 소속된 재산을 모두 소유하게 된다. 미국의 지역 언론사 가운데는 편집과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회사들도 많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