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김수연 선교사를 돕는 현지인들의 감동스토리

입력 2016-06-11 12:01 수정 2016-06-11 12:03
최근 필리핀에서 한국인 테러가 잇따라 발생되고 있다. 지난달에도 한인 선교사가 피살됐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뼈가 부러진 한 한인 선교사를 돌보는 필리핀 현지인들의 섬김이 눈길을 끌고 있다.

김수연 선교사(76)를 섬기는 필리핀 로고스 성서침례교회 성도들 이야기다. 김 선교사는 2013년 5월 소천한 고 김원배 선교사의 아내로, 현재 필리핀 교회 21곳을 돌보고 있다.

김 선교사는 지난달 15일 교회 계단에서 내려오다 넘어졌다. 이로 인해 왼쪽 허벅지 뼈가 부러졌고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수술비와 9일 입원비가 1000만원 가까이 청구됐다. 김 선교사는 필리핀 국민이 아니어서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다. 평생 필리핀인 선교에 헌신한 김 선교사에게 그렇게 큰 돈이 있을 리 없었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이 필리핀 성도들에게 전해졌다. 그러자 성도들은 병원비 마련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필리핀 행정기관을 돌아다니며 방법을 모색해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해당되는 의료비 혜택과 필리핀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했다. 이를 통해 병원비 일부가 해결됐다. 그러나 전체 병원비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다. 그 즈음 한 성도가 사비 600만원을 병원비로 내놨다. 이어 성도들은 나머지 부족한 부분을 충당하기 위해서 모금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의 섬김은 병원비를 마련하는 데만 그치지 않았다. 성도들이 교대로 김 선교사를 찾아가 기도하고 간호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한 자매는 일부러 9일간 휴가를 냈다. 김 선교사가 병원에 입원한 9일간 24시간 김 선교사 곁을 지켰다.

또 다른 자매는 퇴원한 김 선교사가 재활 치료하는 것을 돕기 위해 김 선교사의 집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다.

김 선교사는 1983년 남편과 함께 필리핀 선교사로 파송 받았다. 이들은 평생 자신들의 시간과 재정을 이 지역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데 쏟았다. 김 선교사는 지금 집 한 채 없이 월세를 내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인들은 이런 김 선교사 부부의 삶에 감동해 이 선교사 부부를 ‘엄마’ ‘아빠’라고 부르고 있다. 또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선교사 부부의 묘지를 구입했고, 남편 김 선교사의 장례식에는 매일 500여명이 찾아와 추모했다.

고 김 선교사의 장례식에 참석한 부산 연산성서침례교회 유봉호 목사는 “고 김 선교사는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성경 말씀을 30년 동안 실천하며 살아오신 분”이라고 회상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