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논란이 된 아동인권 침해 블랙리스트 등 반 총장이 주도했지만 회원국의 반대로 무산된 몇 가지 사안들을 소개했다. 지난해 여름 라일라 제루기 유엔 특사는 이스라엘 군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아동인권침해국 명단에 올릴 것을 권고했지만, 이스라엘과 미국 외교관들의 ‘집중적인 로비’로 인해 양측이 모두 명단에서 빠졌다.
미국과의 관계도 복잡한 변수였다. NYT는 “반 총장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려다가 미국의 반발에 직면했고 이로 인해 ‘가장 난처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지난 2014년 1월 반 총장은 시리아 내전종식을 위한 국제평화회담에 이란 정부를 초청했으나, 미국이 강하게 반발하자 하루 만에 이런 초청을 철회했다. 당시에는 미국과 이란이 핵 협상을 타결 짓기 전이었다. 당시 반 총장은 미국에 대해 많은 배신감을 느꼈다고 그의 한 측근은 NYT에 전했다.
NYT는 또 전반적으로 ‘위험회피형(risk-averse)’에 속한 반 총장이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에 좀 더 과감한 행보를 보였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독립성, 용기 등이 중요한 덕목으로 꼽지만 현실적으로 크고 작은 회원국들의 정치적 압력 탓에 이를 구현하기 어렵다고 NYT는 지적했다. 올해 말 반 총장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유엔 안보리의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중국·프랑스·러시아) 등 강대국들은 벌써부터 후임 사무총장 후보들이 ‘얼마나 독립적으로 일을 할 사람인가’에 관해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대국들은 겉으로 ‘강력한 사무총장’을 원한다고 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독립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총장’을 회피해왔다고 NYT는 덧붙였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