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입니까?” 한은 자본확충펀드 참여에 정부 성토한 노조

입력 2016-06-11 00:10

한국은행 노동조합은 10일 24장의 카드뉴스를 작성해 한은의 국책은행 자본확충 10조원 규모 펀드 대출 참여를 강력 비판했다. 정부가 재정 투입을 회피하면서 국책은행 부실화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꼼수’라고 표현했다.

한은 노조는 심지어 정부가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조차 한은에 떠넘겼다며, 거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인 ‘양아치’로 정부를 빗댔다. 표현은 좀 거칠지만 양아치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정식 등재된 단어다. 이런 표현까지 끌어온 한은 내부 정서의 일면을 카드뉴스로 들여다봤다.


한은 노조는 한은의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자본확충 참여에 대해 “한은이 기업은행에 대출하고, 기업은행이 자본확충펀드를 만들어 산업은행 등에 출자하는 형식”이라고 집약했다. 또 “대출에 대한 보증은 신용보증기금이 담당한다”고 덧붙였다.

한은 노조는 “언뜻 보면 개선된 해결책인 것처럼 보인다”라면서도 “저열한 꼼수”라며 몇 가지 이유를 들었다. 우선 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의 설립 목적에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IBK기업은행은 원래 ‘IBK’ 대신 ‘중소’기업은행이며, 중소기업은행법의 지배를 받는다.


중소기업은행법은 1조에 “이 법은 중소기업은행을 설치해 중소기업자에 대한 효율적인 신용제도를 확립함으로써…”라고 시작한다. 신용보증기금도 법상 “담보력이 미약한 중소기업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자금에 대해 우선적으로 신용보증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벌 대기업 위주인 해운·조선업을 위해 지원하는 것은 법 취지와 맞지 않다는 의미다.

한은 노조가 특히 흥분한 점은 신보 보증을 돈 빌려주는 한은에 스스로 하라고 정부가 밝힌 대목이다. 노조는 “신용보증기금이 원금을 보장하기 위해 재원이 필요한데, 정부는 그 보증재원을 한은에서 출연해야 한다고 한다”라고 했다. 이어 “내가 당신한테 돈을 빌리는데, 내가 제대로 갚을 지에 대한 보장은 당신이 하라는 것”이라며 “이건 뒷골목에서 X뜯는 동네 양아치나 하는 짓”이라고 분개했다.


한은 노조는 “산업은행 등에 대한 대출이 부실화되면 기업은행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그 대출금을 보증해준 신용보증기금의 실적도 악화된다”고 밝혔다. 배경 화면으로는 삼국지 적벽대전 당시 선보였던 연환계, 즉 배들이 줄줄이 묶여 한데 불에 타는 장면을 썼다. 대우조선해양 부실이 산은, 기은, 신보, 한은으로 옮아갈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한 것이다.


한은 노조는 동원된 금융기관들이 토사구팽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노조는 “정부 지시대로 공격적 투자를 했다가 부실화되자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한 자원공기업들처럼, 경영악화 구실로 구조조정 칼날을 들이밀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지어 노조는 정부의 배설물을 금융공공기관이 대신 치우게 되는 상황이란 이미지로 혐오감을 주는 강아지똥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은노조는 “정부가 재정 투입시 국회 승인 과정에서 제기될 자신들의 책임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결론냈다. 구조조정 재원마련에서 정부 관료들이 위험을 외주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정부에 필요한 것은 “내·탓·이·오” 네 글자라고 노조는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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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