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지난 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단 과징금을 높게 산정한 뒤 과도한 재량권으로 과징금을 깎아주는 행태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2012년1월~2105년7월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147개 사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최초 산정한 기본과징금 대비 최종 과징금이 55.7%가 감면된 점을 문제 삼았다.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감사 결과 역시 자의적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언론은 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이 그 행위에 비해 ‘솜방망이’라는 지적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정위 심사관(검찰 격)이 올린 과징금과 위원회(법원)가 판단한 과징금의 차이가 크다고 이를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옳은가.
이는 근본적으로 공정위에 대한 감사원의 시각이 편향돼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에서 공정위의 법적 성격을 공정거래법 35조에 의거해 중앙행정기관이라고만 명시했다. 그러나 같은 법 55조와 75조는 공정위가 법원의 1심 기능을 가진 사법기관적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런 사법기관 성격을 무시한 채 검찰이 징역 10년을 구형했는데 법원이 징역 1년을 선고한 것을 지나치게 자의적인 판결이라고 지적한 꼴이다.
감사원이 공정위 심결 기능에 대해 특정감사를 벌인 것은 처음이다. 황찬현 감사원장이 서울고법 공정거래 전담 재판장 재직시 공정위에 ‘안 좋은 추억’을 갖고 있는 것이 무리한 감사 원인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감사원의 ‘월권’은 공정위 심결 업무를 오히려 망치고 있다. 심결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강화되면서 심사관들은 ‘로비를 받고 봐 준 것 아니냐’는 추궁을 피하기 위해 우선 과징금을 세게 때리고, 위원회는 이를 감안해 최종 과징금을 깎아서 산정하는 관행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로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오히려 공정위심결 기능을 망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 볼 일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현장기자/공정위를 위한 변명
입력 2016-06-10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