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소라 4년만에 소극장 공연, "가을엔 9집 발매, 노력하겠다"

입력 2016-06-10 16:42


가수 이소라가 4년 만에 소극장 공연으로 돌아왔다. 지난 해 특별한 활동 없이 보냈기에 팬들은 어느 때보다 반가움이 컸다. 그리고 이소라는 역시 이소라였다. 이소라도, 관객들도 오로지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9일 밤 8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삼성홀. 캄캄한 공연장에 허밍이 낮게 깔리기 시작하다 서서히 공연장을 채워나갔다. 이소라의 깊은 음색을 돋보이게 하는 몽환적인 곡 ‘세이렌’이었다. 이소라의 소극장 공연 ‘여섯 번째 봄’이 이렇게 시작했다. 오프닝은 ‘블루 스카이’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숨죽인 채 음악에 빠져들었다.

“노래를 하는 게 제가 해야 되는 일임을 알고 있어요. 노래가 잘 안 되면 어떤 말을 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아요. 지난 주 공연을 마치고 계속 쉬었어요. 복잡하면 공연이 잘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이소라는 이렇게 짤막한 오프닝 멘트를 건네고 다시 노래에 빠져들었다. 어떤 말보다 노래로 관객과 호흡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거기에 집중하겠노라는 작은 선언이기도 했다.

그렇게 이소라는 10곡을 쉬지 않고 불렀다. 때론 잔잔하게, 때론 휘몰아치듯 1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그의 노래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봄’ ‘너무 다른 널 보면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처음 느낌 그대로’ ‘Amen’ ‘제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바람이 분다’ ‘별’ ‘듄'이 어두운 극장을 채웠고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놨다.

이소라의 소극장 콘서트는 여느 가요 공연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관객들은 클래식 공연을 즐기듯 음악에 집중해 빠져든 것처럼 보였다. 떼창이나 열광, 환호보다 음악을 깊이 받아들이고 이소라 노래의 흐름에 몸과 마음을 맡기는 듯한 분위기가 흘렀다. ‘제발’ ‘바람이 분다’ ‘듄' 등을 부를 때는 관객들이 느끼는 감격이 조용한 가운데서도 전해졌다.



이렇게 이소라와 관객들 모두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데에는 독특한 무대 연출 덕도 있었다. 이소라의 첫 번째 소극장 공연부터 함께 했던 함윤호 감독은 현란한 무대 대신 아름다운 색감의 조명을 최소한으로 사용했다. 검은 무대 위에 강렬하게 붉은 빛으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푸른 빛이 잔잔하게 흐르게 하는 식이었다.

함 감독은 “이소라의 공연은 훌륭한 뮤지션들의 연주와 마음을 전달하는 노래만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공연”이라며 “역설적이지만 무대연출이나 다른 요소들이 노래를 듣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소라의 노래를 돋보이게 하는 무대 연출이었고, 가수와 관객 모두의 집중력을 높여줬다.

몰입도가 상당했던 10곡을 몰아친 뒤 이소라는 밴드를 소개했다. 이소라의 공연을 함께 한 세션은 작곡가 이승환(피아노), 홍준호(기타), 이상민(드럼), 최인성(베이스)이었다. 공연 중간 이상민의 드럼 연주는 색다른 강렬함을 주기도 했다.

이소라가 소극장 공연을 한 것은 4년 만이고, 이소라가 무대에 선 것도 오랜만이다. 이소라는 지난해 몇 차례 공연을 제외하고는 TV 등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소라는 오랜 칩거 생활에 대해 말했다.

“제가 (집 밖을) 나와서 왔다 갔다 한 게 얼마 안 됐어요. 한 달도 안 됐네요. 전 지금 시대에 어울리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공연하고, 앨범을 준비하고, 쉬고 한 지 20여년이 넘었습니다. 노래를 한 게 다행이에요. 다른 일을 했으면 이렇게 살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5월 말 공연에는 이소라의 어머니가 방문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리가 없어서 무대를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이소라는 “오랜만에 나왔는데도 기다려주고 함께 해주는 팬들에게 감사하다”며 “오랜만인데 객석이 꽉 차서 좋다”고 했다.



공연장 앞에 세워진 이소라 팬클럽에서 보낸 화환에는 ‘머리는 밀어도 9집은 미루지 말자’는 글귀가 붙어 있었다. 이소라는 9집 앨범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이제 너무 힘 줘서 하는 노래 말고 다른 노래도 하고 싶어요. 이번엔 사랑스럽고 묘한 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한 곡씩 들으시잖아요. 싱글로 앨범들을 내고. 저는 가을에 주욱 9곡, 10곡, 11곡 이렇게 이어서 앨범 한 장으로 들으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9집 잘 준비하고 마무리 지어서 가을에는 꼭 앨범을 내도록 제가 제 자신에게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잊혀지는 것’ ‘운 듯’ ‘트랙 11’ ‘트랙 9’으로 본 공연은 막을 내렸다. 아쉬워하는 관객들에게 이소라는 ‘난 별’과 ‘난 행복해’를 앙코르로 선사했다.

[사진=아토믹엔터테인먼트 제공]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