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속에 팽팽한 긴장감 감돌았던 불법조업 단속현장

입력 2016-06-10 15:56 수정 2016-06-10 16:21

안개가 짙게 내린 서해 한강하구 중립수역에서는 10일 오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이후 사상 처음으로 출범한 수상 ‘민정경찰(Military Police)’은 고속단정(RIB)을 타고 서해 불음도와 서감도 인근 중립수역에서 불법조업중인 중국 어선들을 향해 다가갔다.

짙은 안개 탓인지 이날 중립수역에 조업중인 중국 어선은 군과 해경·유엔사 요원들의 공동 단속작전이 시작된 오전 10시쯤에는 10여척에 불과했다. 평소보다 대폭 줄어들었다. 권총과 개인화기로 무장한 해군·해병대·해경·유엔사 요원이 승선한 고속단정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중국 어선들은 수중에 내려놓았던 어망을 황급히 말아감고 북한쪽 해안으로 달아났다. 일부 어선들은 어망을 그대로 내려놓고 북쪽으로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려했던 무력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미 8일 정부가 중국측에 중립수역 단속을 통보한 뒤라 중국 어선들은 고속단정이 모습을 드러내자 조업 단속임을 알고 도피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 고속단정들은 확성기로 중국어·영어·한국어로 된 경고방송을 통해 중국 어선들에게 중립수역에서 이탈하라고 경고했다. 중국 어선들은 단속작전이 끝난 오후 3시40분까지 북측 해안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민정경찰의 고속단정은 일단 작전을 끝내고 발진기지로 철수했다. 무력충돌로 인한 부상자 발생에 우려해 인근에 대기중이던 의무헬기도 철수했다. 이날 작전에는 해병대 고속단정 3척과 해군 고속단정 1척이 참가했으며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요원 2명이 동참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중국어선들이 도피한 지역은 수심이 낮아 조업은 불가능하다”며 “이번 작전은 불법조업어선을 퇴거시키는 것이 작전목적이었다”고 말했다. 합참은 “중국어선이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작전을 지속할 것”이라며 “내일 오전 다시 퇴거작전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합참은 앞으로는 단계적으로 단속강도를 높여갈 예정이다. 합참 관계자는 “퇴거를 거부할 경우 나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어선이 불법조업을 하고 있는 한강하구 중립수역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어 평소에도 긴장감이 흐른다. 정전협정에 의거해 유엔사군사정전위원회 관리하고 있다. 민간선박들은 각각 남북한 정부를 통해 등록한 뒤 유엔사의 승인을 받아야 출입이 가능하다.

민간선박들은 통행을 위해 선박의 길이 국적 등을 정확히 등록해야 하고 우발적인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항행신호를 하는 것 외에는 상대방 선박과 연락이나 통신을 하지 못한다. 국적을 알리는 깃발을 달아야 한다.

남북한 선박을 제외한 제3국 선박의 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 남북한 선박들도 쌍방의 해안선으로부터 100m 이내에는 접근할 수 없다. 야간에는 어떤 항행이나 활동도 하지 못한다. 단 재난시에는 남북한 선박들 구조활동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지난 수십년간 남북한 선박들은 이구역을 통행하지 못했다. 실제 한강하구 민간선박출입은 1990년 11월~12월 자유로 건설용 골재채취선 진입 등 5차례 불과했다

중국어선들은 이런 점을 악용해 무단으로 이 지역에 침입해 불법조업활동을 해왔다. 중국어선들은‘쌍끌이 저인망식 조업’을 벌이며 범게와 꽃게, 잡어 등 어족을 가리지 않고 싹쓸이를 해왔다. 유엔사 군정위는 최근 한달간 특별조사활동을 통해 중국어선의 진입은 명백한 정전협정위반으로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