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방통위는 단통법을 개선할 역량이 있나

입력 2016-06-09 21:28 수정 2016-06-09 22:02


한 경제지에 '정부, 휴대전화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키로'라는 기사가 뜬 건 9일 오전 6시 9분이다. 현재 이동통신사는 출시 후 1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신형 휴대전화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따라 33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할 수 없다. 이 조항이 사라지면 통신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다급한 마음에 방통위에 전화를 걸었다. 오전 9시쯤이었다. 소위 '물 먹은' 상황이라 빠른 확인이 절실했다.

반응이 이상했다. 방통위 대변인실 관계자는 "우리는 잘 모른다"고 했다. "관련 실무국장만이 알고 있는데,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 우리도 답답하다"고 했다. "해당 과의 팀장이 얼마전 LG유플러스의 단통법 조사 전날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부적절하게 만났다는 이유로 대기발령받은 상태라 실무자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미래창조과학부의 한 과장은 "방통위가 주무 부처니 방통위에 연락하시라"고만 했다. 

2시간만에 연락이 닿은 방통위의 한 국장은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논의조차 제대로 안됐고, 폐지는 전혀 결정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단언했다. 문제는 오후에 벌어졌다. 대변인실에서 말을 바꾼 것이다. "상한제 폐지가 논의되고 있는 건 맞지만 조만간 전면적인 개편은 아직 계획돼 있지 않다"고 했다.

방통위는 지난 4월 단통법 성과를 중간 점검하며 “상한제 조기 폐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단언 했었다. 불과 2개월만에 말이 바뀐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청와대와 여권이 경기 진작 등을 이유로 상한제 폐지를 주문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9일 하루 방통위의 오락가락 행보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시행 2년차를 맞은 단통법은 소비자 차별행위의 감소, 20% 선택약정할인제 도입의 배경이 되는 등 통신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업계에선 단말기 판매 감소와 소비자 기기 편익 감소, 국내 단말기 제조사의 매출 부진 등을 들어 부작용도 크다고 주장한다. 방통위 측에서도 최성준 위원장이 중심이 돼 개선 방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방통위가 과연 단통법을 제대로 고칠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높다. 정치권과 청와대의 눈치를 보다 소비자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될까 하는 의구심이 큰 탓이다. 방통위는 단통법에 대한 분명한 개선 방향과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대로 마련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것만이 침체된 통신시장을 살리고 건전한 통신환경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