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었다. 시작장애인 안마사 곽모(45)씨는 2012년 서울 강동구에 24평짜리 안마원을 열었다. 같은 시각장애인 안마사인 아내와 20년 넘게 목과 어깨, 다리를 주물러가며 번 돈으로 마련했다.
처음에는 기대도 컸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만 안마원을 낼 수 있어서였다. 하지만 안마용 침대는 텅 비어 있을 때가 많았다. 한 달에 150만원가량 수입을 올렸는데 120만원을 임대료로 냈다. 꼬박꼬박 나오는 관리비 명세서가 두려워 우편함을 열기도 겁났다.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유사 안마업소’가 손님을 빨아들었다. 곽씨의 안마원이 둥지를 튼 골목에만도 ‘타이 마사지’ ‘중국 전통 발마사지’ ‘아로마 테라피’ 간판이 넘쳤다. 새로 들어선 프랜차이즈 안마업체는 할인 이벤트로 이목을 잡았다.
갈수록 손님은 줄었는데 되레 볼멘소리는 늘었다. “오일을 발라 달라”며 ‘서비스’를 요구하기도 하고, “가격이 비싸다”며 발길을 돌리는 손님도 더러 있었다. 곽씨는 채 2년을 버티지 못하고 가게를 정리했다. 다시 다른 안마원에서 품을 팔고 있다.
시각장애인만 안마사가 될 수 있도록 규정한 의료법은 ‘생존권 보장’과 ‘직업선택의 자유’ 사이에서 10년 동안 논란을 빚어왔다. 2006년 헌법재판소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반발했다. 2008년, 2010년 그리고 2013년에 “시각장애인의 생계보장 수단이 안마 행위 외에는 충분하지 않으며 실질적 평등 보장을 위해 어느 정도 이들을 우대할 필요가 있다”는 헌재 판단이 다시 나오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위헌 논란이 불거진 뒤로 10년이 흐른 지금,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다시 거리로 나서고 있다. 2006년 마포대교에 올라 ‘헌재의 위헌판결, 맹인에겐 사형선고’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던 이들은 2016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다. 대형 법률사무소 앞에서 ‘프랜차이즈 안마업체 변호를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다.
안마업은 호황이다. 통계청의 전국사업체조사 산업분류별 현황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마사지(안마)업 종사자는 1만6680명에 이른다. 2010년 1만3886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업체 수는 7311개, 시장 규모는 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시각장애인 안마사는 ‘멸종 위기’다. 대한안마사협회는 시각장애인 안마사 1만여명 가운데 절반가량은 실직 상태로 추정한다. 일자리가 있어도 최저임금을 위협받을 수준이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일이 허다하다.
‘화장품’이나 ‘이미용’(理美容) 등으로 신고한 유사 안마업소는 불법이지만 단속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도·감독 권한이 없다고 하고, 경찰은 퇴폐 업소가 아니면 단속이 힘든 실정이라는 입장이다. 곽씨는 9일 “2000년대 중반 프랜차이즈 안마업체가 없었을 때에는 쉴 틈 없이 손님을 받기도 했다”면서 “누가, 뭐가 아쉬워서 시각장애인 안마를 찾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훈 오주환 기자 zorba@kmib.co.kr
‘위헌’과 ‘합헌’ 사이 10년… 시각장애인 안마사 위태위태
입력 2016-06-10 0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