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경부 컨설팅에도 유해물질 범벅 만든 회사들

입력 2016-06-09 17:36

정부예산으로 유해물질을 줄이는 ‘컨설팅’을 받고 ‘우수기업’으로 뽑힌 제조업체의 일부 어린이용품에서 내분비계 교란물질이나 중금속 등이 다량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민감한 기업 정보’라는 이유로 2014년부터 컨설팅 대상 업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2012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매년 ‘자가 관리 이행사업’을 하고 있다. 참여를 신청하면 어린이용품 제조업체 1곳당 2~3명의 전문 인력을 투입해 제조과정 전반을 분석하고 상담도 하면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사업이다. 매년 3억원 안팎의 예산이 들어간다. 참여 기업은 2012년 15곳에서 지난해 90곳으로 증가세다. 환경부는 다음 달부터 90곳 이상을 올해 사업 대상으로 모집해 ‘맞춤형 원스톱 컨설팅’을 제공한다고 9일 밝혔다.

그러나 이 사업에 참여해 컨설팅을 받은 일부 업체의 제품에서 기준치 이상의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책가방 등의 생활용품을 제조하는 거화아이엔씨㈜는 2013년 컨설팅 평가 결과에서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2014년 환경부가 주최하고 환경산업기술원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친환경대전’ 행사에서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도 받았다. 이 업체가 생산하는 ‘헬로키티 사각 크로스백’은 당시 ‘주력 품목’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국가표준기술원의 어린이 유해용품 점검 결과, 이 제품에서 기준치의 1.81배에 이르는 납이 나왔다.

2013년 자가 관리 사업에 참여했던 디코랜드도 비슷하다. 업체의 물놀이용품 ‘피셔프라이즈 베란다풀’은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 연구용역을 받은 한국소비자연맹으로부터 ‘다이이소노닐프탈레이트(DINP) 16.8% 검출’이라는 검사결과를 받았다. DINP는 내분비계 교란물질이다. 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상의 현재 기준을 적용하면 기준치인 0.1%의 160배에 달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된 셈”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의 컨설팅이 끝난 뒤에 환경부 자체검사에서 걸린 곳도 있다. 배낭 등 생활용품 생산·제조업체 ㈜아이콘-베이는 2013년 컨설팅을 받았다. 환경부는 지난해 8월 이 회사의 ‘스쿨버스2 크로스 숄더 가방’ 등 2개 제품에서 기준치의 16~17배에 이르는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가 검출됐다며 수거를 명령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컨설팅 평가 결과가 좋지 않았거나 매년 시장실태조사에서 적발된 기업에는 컨설팅 재참여를 독려하고 있다”며 “참여 업체 대부분이 영세한 중소기업이라 완벽을 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도경 전수민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