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어떻게 변할까

입력 2016-06-09 16:16

북한이 이달 말 최고인민회의 13기 4차 회의를 개최하는 건 지난달 7차 노동당 대회에 이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3대 세습체계를 완성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만들고자 당에 이어 정부에서도 ‘대관식’을 치르는 셈이다. 특히 당 대회에서 ‘노동당 위원장’ 직위를 신설했듯 이번 회의에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대체하는 직함을 신설, 김 위원장의 권위를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9일 “이번 회의는 7차 당 대회의 후속조치로서 당 대회 결정사항을 반영하고 조직과 인사개편 등을 통해 내부 분위기를 쇄신할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의) 장기 집권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회의에서 헌법과 법령을 개정하고 내각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이며 김 위원장을 새 직위에 추대할 것이라고 이 당국자는 내다봤다.

북한은 통상 당 대회 이후 이를 정부 차원에서 뒷받침하고자 관례적으로 최고인민회의를 열어왔다. 이번 회의에선 조직 및 인사 개편과 함께 김 위원장이 당 대회에서 밝힌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후속 조치가 논의될 전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은 “5개년 전략을 구체화한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며 “북한이 발표할 5개년 계획에는 당 대회에서 제시하지 못한 ‘휘황찬 설계도’가 포함될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조직 개편과 김 위원장의 국가 직책 문제는 일정 부분 맞물려 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당직을 노동당 제1비서에서 위원장으로 명칭을 바꿔 장악력과 시대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듯, 국방위 제1위원장 칭호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현재 군 통수권을 지닌 국방위 제1위원장직을 승계하고 있다. 국방위가 아버지 김정일 시대의 유산인 만큼, ‘제1’ 꼬리표를 뗀 새 직책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국방위원회가 ‘정무위원회’로 명칭이 바뀌거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시절 ‘중앙인민위원회 수위(首位)’ 직책이 부활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권력 일선에 등장한 이후 북한 주민들에게 ‘김일성 향수’를 되살리는 행보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중앙인민위는 1972년 신설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후인 1998년 폐지된 최고지도기관이다.

7차 당 대회에서 신설된 ‘노동당 위원장’ 직함도 사실상 1960년대 당시 김일성 주석의 ‘노동당 중앙위 위원장’을 재해석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국방위원장이 무력화한 당 중앙위를 되살려낸 셈이다. 국방위가 사실상 국가최고기구로 확대 개편됨에 따라 중앙인민위가 사실상 제 기능을 상실했던 전례를 이번에는 국방위가 그대로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국방위는 국방 뿐 아니라 국가의 모든 의사결정권을 틀어쥔 일제시대 ‘대본영’을 방불할 정도로 최고의 권력기관이다. 국방위는 2대 세습 당시 김정일 후계 체제의 확립과 밀접한 속에 위상이 대폭 강화됐었다. 원래 국가주석에게 주어진 군 통수권을 후계자인 김정일국방위 제1위원장에게 실질적으로 부여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었다.

‘당’과 ‘군’이 권력의 양대 축인 북한에서 단순한 군 통수권 이상을 상징하는 권력기관이지만 김정은 시대의 조직개편과 맞물려 위상이 재정립될 전망이다. 지난 당 대회에서는 국방위 부위원장 2명이 정치국 위원 진입에 실패해 국방위의 위상 자체가 낮아졌다는 관측도 나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