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의장단을 선출하며 본격 출범한 20대 국회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크다. 일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4·13 총선에서 공천 파동을 낳았던 집권 여당에 경고하고, 야당에 힘을 실어줬다. 그 결과 14년 만에 야당 국회의장이 나오면서 견제와 긴장 관계 속에서 국회가 출범했다.
여야도 국민의 경고를 받들어 1987년 개헌 이후 가장 빨리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 짓는 등 협치의 기틀을 만들었다. 신임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를 바탕으로 여야 관계를 조율하고 국정 과제를 주도해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20대 국회는 여야간 갈등 사안이 산적해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 처리 문제가 남아있다. 19대와 20대 국회 사이에 ‘계류 법안’ 상태로 남아있는 이 법안은 사실상 여야 합의에 의해 처리되는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19대 국회가 남긴 최악의 숙제인 탓에 국회 시작부터 정부·여당과 야권 사이에 냉랭한 기류가 형성돼있다. 상시청문회를 보장하고 있는 이 법의 처리 방향에 따라 야권이 청문회 개최를 주장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 백남기씨 과잉 진압 사건 등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이미 야권이 원내 다수를 차지한 만큼 법안 처리에 연연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해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의장이 책임 의회를 강조하면서 국회의 대(對) 정부 관계 정립 및 정책 주도권 확보 여부도 관심사다. 정 의장은 당선 인사에서 “국회는 3부 중에서 민주적 정통성이 가장 높은 대의기구”라며 “단순 견제·감시 역할에 머물지 않고 국정 주체로서 부여된 권한을 적극 행사하고 책임도 함께 지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책임 정치의 주체로서 국회가 경제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위기 극복에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밝혀 협치에 대한 기대와 함께 정부와의 갈등 재현 우려도 제기된다.
이날 본회의는 20대 국회 개원 11일 만에 열렸다. 국회의장 선출안건은 19대 국회 때 정의화 전 의장이 임명한 박형준 사무총장이 보고했다. 국회의장직 포기 선언으로 원 구성 협상 물꼬를 텄던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국회 최다선 자격으로 의장 직무대행을 맡아 국회의장석 단상에 올랐다. 서 의원은 “1981년 38세 젊은 나이로 11대 국회에 처음 들어와 36년 만에 임시의장으로 사회를 보게 된 것을 크게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법에 따라 정 의장이 당적을 버리게 돼 새누리당은 더민주와 동등한 의석수(122석)를 갖게 됐다. 새누리당은 본회의장 좌석도 박 대통령이 국회 연설을 위해 이동하는 통로 주변을 그대로 유지했다.
더민주는 본 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원조 친노인 문희상 의원 대신 호남 출신의 정 의장을 의장 단독 후보로 선택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선 친노 그룹 결집 보다는 총선에서 이탈했던 호남 민심 회복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강준구 전웅빈 기자 eyes@kmib.co.kr
20대 국회 앞에 놓인 산적한 현안...협치 물꼬 틀까
입력 2016-06-09 1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