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도수치료, 실손의료 보험금 지급 안 된다

입력 2016-06-09 12:05
객관적 검사결과가 없는 ‘묻지마’ 도수치료는 실손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금융감독원의 첫 결정이 나왔다. 치료효과에 대한 의학적 평가 없이 반복적인 도수 치료를 받을 경우 실손보험금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도수치료는 약물이나 수술 없이 의사가 환자의 몸을 맨손으로 주무르거나 누르면서 통증을 완화시키는 치료다.

A씨는 지난해 병원에서 경추 염좌 진단 등을 받고 8월~10월 동안 도수치료를 19회 받았다. 치료가 끝난 후 실손의료비를 청구해 보험사로부터 의료비 99만7700원을 지급받았다. 그는 보험금 지급 다음날 같은 병원에서 2차 도수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2개월 동안 22회 치료를 받았고, 치료 후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A씨가 청구한 보험금은 247만6000원으로 늘어났다. 병원이 1차 진료가 끝난 후 진료비를 6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A씨가 받은 2차 도수치료는 질병치료보다는 체형교정 목적이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A씨는 실손 의료비를 지급해야 한다며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도수치료는 최근 일부 병원의 과잉진료로 인해 실손의료 보험료 인상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3200만명에 이르는 데 가입자 5명 중 4명은 아직 보험금을 한 번도 수령한 적이 없다. 하지만 보험 손해율은 계속 늘면서 올 들어 보험료가 평균 20% 올랐다.

금감원은 A씨가 받은 2차 도수치료는 객관적인 검사결과가 없었기 때문에 실손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진료기록에 A씨가 통증을 호소한 기록이나 증상만 있을 뿐 객관적으로 어떤 검사를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장기간 도수치료를 받았는데 질병이 어떻게 호전됐는지 등에 대한 평가가 전혀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적절한 도수치료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이번 결정을 통해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되지 않는 과잉 도수치료의 기준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질병이 얼마나 호전됐는지, 도수치료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는지에 대한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치료효과가 문제가 되는 분쟁의 경우 금감원과 보험사에서 제3의료기관 평가를 통해 보험금 지급 적절성을 판단할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A씨처럼 도수치료에 객관적·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금감원에는 도수치료와 관련된 보험금 관련 분쟁 조정이 70건 계류돼 있다. 이번 결정이 다른 조정 사건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금감원 조정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경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결정을 통해 일부 보험가입자와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과잉 진료행위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선량한 다수 보험가입자의 실손의료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