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도(78·사진) 시인이 최근 죽음의 세계와 생의 성찰을 담은 ‘데자뷔(Deja-vu)’(시학)를 발간했다. ‘데자뷔’란 최초의 경험이지만 이미 경험한 적이 있다고 느끼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박 시인은 시 속의 데자뷔 현상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나’와 ‘시속의 나’가 따로 있다. 내 정신의 주체인 ‘자아’와 유체이탈로 개체화된 ‘너’가 있다. 내가 모르는 나, 무의식 속의 또 다른 나인 도플갱어의 너인 것이다. 그런 ‘너’가 ‘시속의 나’와 함께 자유롭고 창의적인 상상의 시공을 부유한 것이다.”
시인의 감각은 착시착상의 즐거운 낙원을 넘나든다. 그의 시어는 자연세계의 신비로운 풍광, 오감을 통해 느끼는 소리와 인간의 언어로써 표상되는 모든 애증의 증언이다. 1부에 수록된 작품은 신앙시로 자연연령과 정신연령의 괴리현상의 불일치에서 빚어진 의미들이다. 그 밖의 작품들은 시인이 과거에 썼던 서정시들보다 더 민감하고 직관적이며 긍정적인 인간미가 담겼다.
박 시인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흐름은 ‘생명과 자유, 사랑과 구원’이다. 그의 언어에서 해맑은 눈과 고독한 인간의 초상을 함께 읽을 수 있다.
영혼의 안식을 노래하는 시인은 ‘시인의 임무는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구원 받을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드는 데 있다’고 한 플리커(J E Flecker)의 말에서 위안을 받는다 고 했다.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이미 한 일이 후에 다시 한지라/해 아래 새 것이 없느니라(기억하고 상상하는 것들의 대상과 나의 경험세계를 복원하는 시간은 짧고도 길다)” (데자뷔 중에서)
박 시인은 1959년 자유신문 신춘문예에 시 ‘음성(音聲)’,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황제’로 등단한 후 인간이 갖고 있는 보편적 욕망과 숙명을 소재로 시를 써왔다. 기독교 신앙을 모태로 인간과 삶에 대한 보편적 통찰을 노래했다.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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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세계와 생의 성찰을 담은 시집 ‘데자뷔(Deja-vu)’ 발간
입력 2016-06-09 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