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헌팅턴병의 발병과정을 새로이 규명, 세계 의학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차의과학대학교는 의생명과학과 및 차병원그룹 줄기세포연구소 송지환(사진) 교수팀이 유전적으로 결함이 있는 ‘헌팅틴’ 단백질이 뇌 전체로 퍼지기 때문에 헌팅턴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내는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병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 ‘액타 뉴로파톨로지카’(Acta Neuropathologica) 온라인판 최신호에 게재됐다.
헌팅턴병은 부모로부터 유전되며, 염색체 4번에 위치한 헌팅틴 유전자의 CAG 염기서열이 과도하게 반복되면서 형성된 헌팅틴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응집돼 발병하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보통 35~44세 사이에 발병하고, 이후 15~20년 내 사망에 이르게 된다. 무도병(몸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흐느적거리듯 움직이는 증상)과 우울증, 치매 등을 합병한다. 발생빈도는 인구 10만 명당 5~10명꼴이다.
송지환 교수팀은 헌팅턴병으로 확진된 환자의 피부세포를 이용해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만들어 신생 생쥐의 뇌실질에 이식한 다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30주 이후 출생 직후 뇌실질에 심은 줄기세포가 사라졌는데도 유전적 결함을 가진 헌팅틴 단백질은 그대로 남아 생쥐의 뇌내 다른 조직으로 계속 전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쥐는 무도병 등 헌팅턴 증상도 보였다.
이는 헌팅턴병이 유전적으로 결함이 있는 헌팅틴 단백질 발현 세포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마치 광우병을 일으키는 ‘프리온(prion)’ 단백질처럼, 주변 신경세포들까지 손상시키게 된다는 뜻이다. 송 교수팀은 이 과정에서 헌팅틴 단백질 발현 세포가 분비하는 나노 단위 입자의 '세포외소포'가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새로이 밝혀냈다.
이 연구는 캐나다 라발대학교의 프란체스카 치케티 교수팀과 함께 공동으로 진행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차의과학대 송지환 교수팀, 헌팅턴병 발병과정 베일 벗겼다
입력 2016-06-09 09:36